-법조계 속설 “일단 도망치고 두 번째 부인하고 세번째 빽을 써라” -독일로 도망쳤던 최순실…재판에서 모든 혐의 부인 -딸 정유라 역시 덴마크로 도망치고, 잡히자 부인하고 -혐의 부인이 실제 도움은 미지수…오히려 구속 사유 되기도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일단은 도망치고 두 번째는 부인하고 세 번째로는 빽을 써라.”
범죄자가 따라야 한다고 알려진 법조계 속설이다. 독일로 도망쳤던 국정농단의 핵심 최순실(61ㆍ구속기소) 씨도 속설을 충실히 따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5일 열린 첫 정식 재판에서 최 씨는 모든 혐의를 한결같이 부인했다.
최 씨 측 변호인은 “11개 공소사실 중 8개가 대통령과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삼자공모로 돼 있다”며 “최 씨는 안 전 수석과 알지 못하고 공모한 적 없으며 묵시적으로도 연결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검찰이 기재한 박 대통령-안 전 수석-최 씨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 씨 측은 “재단의 모금을 이들과 공모한 일이 없으며 대기업 집단으로부터 재단 출연금 모금 관련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이어 “포레카는 가담 사실이 없으며 사기 미수는 민사 사안에 불과하다”며 “증거인멸에 대해서는 사무실 정리 지시만 한 것이다”고 했다.
이러한 변호인의 진술에 대해 재판장이 “공소사실 부인하나”고 하자 최 씨는 “예”라고 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추가로 진술할 부분이 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최 씨는 우물거렸다.
일단 도망치고 잡히고 나서 부인하는 것 최 씨의 딸 정유라(21) 역시 마찬가지다.
당초 독일에서 머물던 정 씨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덴마크 북부 소도시 올보르로 도망쳐 잠적했다. 덴마크 현지경찰에 긴급체포돼 이번 달 말까지 구속 기한이 연장된 정 씨는 현지 취재진과 만나 ‘모르쇠 전략’으로 일관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정 씨는 “삼성이 스폰서를 해서 말을 타러 독일에 왔고 엄마가 몇몇 서류에 사인을 하라고 해서 했을 뿐 나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고 했다. 또 이화여대 부정입학 관련해서 “입학 후 학교에 한번 밖에 가지 않았고 최경희 총장도 한번 밖에 보지 못했다”고 했다.
혐의 부인이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특검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국민연금 찬성 외압 의혹과 관련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혐의를 부인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