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슈섹션]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국정에 분탕질을 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분노가 들끓자 때 아니게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떠오르고 있다.

박정희와 고향 동기이자 육사 선후배 관계로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김재규는 1979년 박정희를 살해하고 내란목적 살인ㆍ내란미수죄로 1980년 사형됐다. 당시 김재규의 살해 동기를 놓고 ‘우발적 행위’, ‘내란음모설’, ‘미국 중앙정보부 사주설’ 등이 분분했으며 그에 대한 대부분의 평가는 대부분 부정적인 쪽으로 치우쳐 있다.

박정희 암살 김재규, 박근혜 삽질에 재평가 여론 솔솔

대중의 평가와 달리 김재규는 사형 전 최후 진술에서 당시 자신의 범행을 ‘10ㆍ26 혁명’이라고 부르며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국민들의 희생을 막고, 우리 나를 적화로부터 방지하며 미국과의 관계를 회복해 국익을 도모하고 독재국가라는 대한민국의 국제적 나쁜 이미지를 씻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하고 처형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재규의 배신으로 아버지를 잃은 것이 큰 트라우마로 남았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배신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97년 정계에 나오기 전까지 20년 가까이 은둔 생활을 해오며 사람을 경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 박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이 하루가 멀다하고 잇따라 터져 나오자 국민들은 이에 대한 분노를 선대인 고 박정희 대통령에까지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를 범죄자가 아닌 ‘열사’로 호칭하거나 고양이과 육식동물 ‘재규어‘라고 애칭을 붙는 등 김재규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천정배 국민의당 전 대표는 과거 “김재규 장군과 의인들이 역사의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역시 “대한민국이 박정희와 유신의 망령을 떨치고 자유민주주의를 만끽하게 될 때 김재규에 대한 평가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김재규가 박정희에게 직선제, 긴급조치 9호 해제 등을 건의했으며 연금중이던 김대중의 외출을 묵인해 결론적으로 삼당합당에 이바지했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근거로 재평가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