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안희정, 김부겸, 이재명….
미처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이번처럼 야권 후보가 넘쳐났던 적은 없다”는 야권 의원들의 평가 그대로다. 지난 2012년엔 문재인ㆍ안철수 전 대표의 양자 구도였다면, 그 뒤론 ‘문ㆍ안ㆍ박(박원순 서울시장)’의 3자 구도, 그리고 내년 대선이 다가오면서 이젠 3자 구도를 넘어 최소 6명에 이른다. 손학규 전 고문 등 소위 ‘3지대’에 있는 후보군을 제외하고서다.
▶‘again 2012?’… 文ㆍ安, 5년 뒤 다시 마주 서다 = 지난 대선, 문재인ㆍ안철수 당시 후보는 선거 막판까지 야권을 이끄는 두 후보였다. 그리고 5년 뒤, 각각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의 당 대표를 거친 두 후보는 또다시 마주 서게 됐다. 5년 전엔 한지붕 내 경쟁이라면, 지금은 서로 다른 당을 대표하게 됐다. 5년 전과는 또 다른 환경이다.
문 전 대표는 부인할 수 없는 현 야권 내 가장 유력한 대권 후보다.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에서도 야권에 압도적인 1위다. 더민주 전당대회 이후 본격적으로 대권 행보를 실시한 문 전 대표다. 그는 “지난 대선 때엔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채 벼락치기로 임했다. 내년엔 꼭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연일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다.
문 전 대표의 강점과 약점은 명확하다. 확고한 지지층이 강점이고 확고한 비(非)지지층이 약점이다.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확고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어떤 변수에도 무관하게 여론조사마다 20%대의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다.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지지층이 있다는 건 문 전 대표만의 강점이다.
대선행을 향한 관건은 결국 호남 민심이다. 호남의 ‘반(反) 문재인’ 정서를 두고 한 호남 출신 야권 의원은 이렇게 평가했다. “근거는 모호하고 실체는 분명하다.” 문 전 대표에 대한 호남의 반감은 이유가 복합적이고 명확한 근거를 찾기가 애매하지만, 분명 반감은 존재한다는 뜻이다. 문 전 대표가 대권 준비에서 호남에 특히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 전 대표의 대선행은 결국 호남 민심이 키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 전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더는 물러설 이유가 없다. 문 전 대표가 거론하는 야권 단일화에 안 전 대표가 강하게 부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더민주를 나와 국민의당을 창당, 3당체제 포문을 연 장본인으로서 단일화는 이 같은 정치 행보 전체를 부인하는 것과 같다. 특히나 문 전 대표와의 단일화는 2012년 경험과 맞물려 더 용납하기 힘든 카드이기도 하다.
안 전 대표는 유동적인 지지층을 갖고 있다. 불안정하다는 단점과, 확장성이 크다는 장점이 상존한다. 최근에는 여론조사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그럼에도, 현 지지율 추세를 크게 괘념치 않는 분위기다. 대선까지 아직 1년이나 남았고, 바람을 타면 지지율은 단숨에 극복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안철수 바람’의 근원은 정치적이지 않다는 데에 있었다. 안 전 대표의 난제는 여기에 있다. 지난 대선과 달리, 창당을 하고 당 대표 등을 거쳐 재차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 등에서, 안 전 대표는 불가피하게 정치적이어야 할 위치에 놓였다. 사당화 논란 등이 대표적인 예다. 리베이트 의혹 때처럼 책임을 져야 할 역할도 생겼다. 정치인이 될수록 소위, ‘안철수 바람’의 이미지와 멀어진다는 난제, 안 전 대표가 끊임없이 직면해야 할 딜레마다.
▶‘이젠 새 시대’, 野의 잠룡 세대교체 = 최근까지만 해도 야권에선 ‘문안박 연대’가 계속 오르내렸다. 문ㆍ안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연대를 칭하는 말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선 ‘문안박’이란 용어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문안박’의 한 축인 박 시장은 다소 애매해졌다. 유문ㆍ안 전 대표가 전직 당 대표로서 묶이고, 그 밖의 신흥 잠룡이 또 한 그룹으로 묶이면서다.
상대적으로 대권 행보가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지방자치단체장임에도 정부 국무회의에 참석할 만큼 서울시장은 사실 그 역할만으로도 업무가 상당하다. 활발하게 대권 행보에 나선 경쟁자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한편으론, 잠룡 후보 중에서 가장 민심에 가깝게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서울시 청년수당만 해도 그렇다. 현재 야권 잠룡 중에서 아이디어와 정책으로 전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은 박 시장이 유일하다시피 하다.
새대교체를 상징하는 야권의 새 잠룡으론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더민주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있다. 이들 모두 사실상 대권행을 시사했다.
안 지사는 ‘준비된 대선 주자’란 평이 따라다닌다. 가장 가까이서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깨닫고, 또 가장 오랜 기간 대선을 목표로 준비해왔다는 의미에서다. 안 지사의 대권 도전은 시기의 문제일 뿐 기정사실로 돼 있다. 중앙무대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야권의 지지기반도 아닌 충청권에서 오랜 기간 안정적인 지지를 확보해놓은 것 자체가 안 지사의 저력이란 평가다.
김 의원은 여권의 심장부, 대구에서 일으킨 ‘김부겸 열풍’에 힘입어 단숨에 잠룡급으로 성장했다. 친화력 있는 성품과 기어코 대구에서 지역구를 승리한 ‘뚝심’ 등은 김 의원의 장점이다. 김 의원은 당 대표 후보로도 물망에 올랐지만, 고심 끝에 대권행으로 가닥을 잡고 공개적으로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이 시장은 지자체장 중에서도 높은 대외 인지도를 자랑한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크다. SNS에서도 유력 정치인으로 꼽힌다. 스스로 실시간 댓글을 달 정도다. 또 세월호 사태를 비롯, 각종 현안에서도 발 빠르게 목소리를 내며 정공법을 택하는 스타일이다. 이처럼 높은 대중적 인지도가 이 시장의 장점이라면, 상대적으로 다른 후보에 비해 중앙정치 경험이 적다는 게 약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