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번개’ 우사인 볼트(30·자메이카)가 올림픽 남자 육상 200m 3연패에 성공했다. 역대 첫 ‘트리플 트리플(올림픽 3회 연속 3관왕)’에 단 한 걸음만 남겨놨다.

볼트는 19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자네이루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남자 육상 200m 결승전에서 19초78를 기록하며 안드레 드 그라세(20초02·캐나다)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볼트는 이로써 남자 100m 3연패와 함께 200m에서도 3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했다. 개인 통산 8번째 올림픽 금메달이다. ‘트리플 트리플’의 마지막 퍼즐은 20일 오전 열리는 남자 400m 계주다. 이 종목 금메달까지 획득한다면 전무후무한 대기록이 만들어진다.

볼트, 200m에서 새 역사 쓰다

볼트는 그러나 세계신기록 수립엔 실패했다. 볼트는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라고 선언한 이번 대회에서 유독 200m 세계신기록에 대한 욕심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항상 “내가 제일 좋아하는 200m 경기는 늘 설렌다”고 말할 정도로 애착을 갖고 있는 종목이다. 200m 세계기록은 자신이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운 19초19다. 이날은 이 기록에 훨씬 못미쳤다. 볼트가 갖고 있는 올림픽 기록 19초30도 갈아치우지 못했다.

볼트는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 육상 200m에서 올림픽 무대에 첫 데뷔했다. 당시 나이는 18세였다. 데뷔전은 처참했다. 200m 기록이 21초05. 준결승에도 오르지 못하고 레이스 단 한 번으로 올림픽 도전을 마쳐야 했다. 10대 때만 해도 볼트는 너무 긴장을 많이 해서 큰 대회를 망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어머니 제니퍼 볼트 씨는 “우사인은 그럴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 엄마의 위로를 받고서야 울음을 멈추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다소 심약했던 어린 시절의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7년 세계육상선수권에서 남자 200m, 4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서 ‘볼트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남자 100m와 200m, 400m 계주에서 금메달 3개를 싹쓸이한 것. 2012년 런던올림픽서도 같은 종목 3관왕으로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킨 볼트는 이번 대회서도 건재를 과시했다.

볼트는 척추측만증 환자다. 선천적으로 척추가 휜 볼트는 다른 육상선수에 비해 골반이 쉽게 흔들린다는 단점이 있다. 이때문에 골반과 연결된 뒷다리 근육인 햄스트링 부상도 잦은 편이다. 이번 리우올림픽 대표선발전에도 햄스트링 부상 탓에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의 약점을 특유의 노력으로 극복해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골반을 잡아줄 중심 근육들을 단련하는 한편, 흔들리는 골반을 이용한 새로운 달리기 폼을 고안한 것이다. 196cm 큰 키에서 나오는 그의 독특한 달리기 폼은 이런 노력과 함께 생겨났다.

육상 전문가들은 볼트의 독특한 달리기 폼이 그를 세계 최정상급의 선수로 만든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는 “척추측만증으로 오른쪽 골반이 쉽게 내려앉는 볼트는 그만큼 다리에 강력한 반동을 줄 수 있었고 이런 방식으로 보폭을 넓혔다. 넓은 보폭의 장점이 볼트가 세계 정상에 오르고 세계신기록을 세우는 데도 도움을 줬다”고 했다.

볼트는 항상 웃음을 잃지 않으며 기부에 앞장서고 팬들과 소통하는 반면 기행에 가까운 행동들로 화제가 되기도 한다. 지난 2012년에는 “축구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선수로 뛰고 싶다”며 당시 맨유를 이끌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게 공식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유쾌한 번개’ 볼트가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의 마지막 경기 400m 계주에서 불멸의 기록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