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ㆍ민상식 기자] 삼성ㆍ현대차ㆍSK 등 10대 재벌이 2012년부터 쓴 접대비 혹은 기타비용 규모가 같은 기간 광고선전비 등 마케팅 관련 지출보다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2년 8월 16일은 국민권익위원회가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사실상 김영란 법의 전신) 제정안을 처음 발표한 시점이었다.
이에 슈퍼리치 팀은 11일 총수가 있는 국내 10대 대기업 집단 상장ㆍ비상장 계열사(7월 공정거래위원회 기준)의 지난 4년 간 손익계산서 등을 살펴봤다. ▷ 슈퍼리치 ‘한국 100대 부호’ 대기업집단 총수 자산 등 자세히 보기(PC버전) ▷ 슈퍼리치 ‘한국 100대 부호’ 대기업집단 총수 자산 등 자세히 보기(모바일 버전)
총 584개 사 가운데 사업ㆍ감사보고서를 공시한 456개 기업이 접대비 등으로 쓴 돈은 30조원 이상이었다.
여기서 접대비는 손익계산서의 ‘판매관리비(이하 판관비 또는 영업비용)’ 중 “업무 관련 교제ㆍ선물 등 접대행위에 지출한 모든 금액”을 뜻한다. 연간 접대비가 ‘0원’이거나 미공개인 기업은 판관비 등의 ‘기타’계정을 적용했다. 물론 기타비용 전체가 접대비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사실상 사용처가 드러나지 않는 경비다.
이 비용은 단순히 마케팅비 규모보다 많은 것에 그치지 않았다. 4년 간 상당히 빠르게 늘었다. 광고비보다 접대비 등의 증가 속도가 높은 대기업 집단은 조사 대상의 절반 이상이었다.
▶ ‘접대비 혹은기타비용’, 광고ㆍ판촉비와 비교해 보니=접대비 등의 전반적인 규모는 상당하다. 자산기준 상위 10대 기업 집단, 즉 개인을 총수로 둔 삼성ㆍ현대자동차ㆍSKㆍLGㆍ롯데ㆍGSㆍ한화ㆍ현대중공업ㆍ한진ㆍ두산은 2012∼2015년 간 31조308억원을 접대비 또는 기타비용으로 썼다.
이는 같은 기간 10대 재벌이 광고선전비로 지출한 20조7354억원 보다 10조원 이상 많다. 일명 ‘판촉비’로 불리는 판매촉진비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10대 기업 계열사들은 4년 간 판촉비로 11조293억원을 썼다. 접대비 등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평균으로 따지면 1년에 7조7577억원씩을 접대비나 기타 계정의 경비로 사용한 셈이다.
▶ 접대비 가장 많이 쓴 재벌은 어디일까=10대 재벌 소속456개 기업은 지난 4년 간 4134억원을 접대비로 썼다고 공시했다. ‘접대비’임을 공개한 계정으로는 이 정도 돈이 사용됐단 의미다.
가장 많이 쓴 회사는 롯데 계열사들이었다. 4년 간 855억원을 사용했다.
여전히 신격호 총괄회장을 기업집단의 공식적인 ‘동일인(총수)’으로 두고 있는 롯데는 2012년 272억여원을 접대비 명목으로 지출했다. 이는 2013년 180억원으로 다소 줄었으나 2014ㆍ2015년을 거치며 다시 200억원대로 뛰어올랐다.
SK 계열사들은 2012년부터 접대비 계정으로 703억원을 사용해 롯데의 뒤를 이었다. 2012년 164억원을 썼고 이듬해엔 182억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SK가 쓴 접대비는 184억원에 육박한다.
김승연 회장이 이끄는 한화그룹은 4년 간 531억원을 지출해 3위에 랭크됐다. 뒤이어 삼성ㆍLG 등도 400억원 이상을 쓴 것으로 집계됐다.
2012년부터 4년 내내 접대비가 ‘0원’인 계열사들도 있었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판관비의 ‘기타’계정으로 사용한 돈이 상당했다.
기타 비용을 가장 많이 지출한 기업집단은 LG였다. 4년 간 11조8000억원을 썼다. 접대비를 따로 잡지 않은 계열사로는 LG전자와 LG유플러스, 그리고 비상장사인 LG CNS 등이 있다.
2위는 삼성이다. 기타 비용을 9조4000억원 가량 사용했다. 4년 간 접대비가 0원이었던 계열사는 삼성전자 외 삼성중공업ㆍ삼성디스플레이 등이다. 여전히 이건희 회장이 공식적인 총수 자리에 올라있는 삼성은 LG와 달리 이 계정의 비용 규모를 해가 갈수록 늘리는 추세다. 2013년부턴 연간 2조원 대를 유지 중이다.
SK도 마찬가지다. 2012년부터 5조3000억원을 기타 목적으로 쓴 SK는 2014년부터 지출규모를 1조5000억원 대 이상으로 늘린 상태다.
현대차그룹도 4년 간 누적된 이 비용이 2조원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접대비가 0원인 계열사는 현대건설ㆍ현대자동차 등이 대표적이다.
나머지 한진ㆍGS 등 5개 기업집단은 1600억∼6300억원 대의 지출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6347억원을 기타 비용에 쓴 한진그룹은 대한항공ㆍ정석기업 등의 계열사 접대비를 ‘0원’으로 공시했다.
롯데건설 등을 ‘접대비 제로’ 계열사로 거느린 롯데그룹은 4년 간 3847억원을 기타 목적에 쏟아부었다.
그러나 접대비 및 기타 경비를 합친 지출 순위표에서 롯데의 위치는 10대 재벌 중 중위권 수준이다. 이 계정을 통해 조 단위를 쓰는 집단들이 꽤 많아서다. 다만 LG는 해마다 이 기타 비용 쓰임새를 줄여나가고 있다.
▶ 10대재벌 중 6개, 광고비보다 접대비 등 빠르게 늘려=중요한 건 10대기업 집단 절반 이상인 6개가 2012년 이후 접대비 또는 기타 비용 지출 규모를 광고비보다 빠르게 늘려왔단 점이다.
SK 소속 상장ㆍ비상장 73개 사는 지난해 접대비 등을 2012년 대비 39.2% 더 썼다. 연평균 17.9%씩 확대했다. 같은기간 SK의 광고선전비는 15.5%, 연 5%씩 늘어났다.
롯데그룹도 마찬가지다. 75개 계열사의 접대비 또는 기타비용은 지난 4년 간 13.3% 증가했다. 연평균 상승률도 두자릿 수다. 그러나 광고비 증가규모는 7%에 그쳤다. 연 평균 상승률도 3%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계열기업 50개 미만을 쥐고 있는 GS와 현대차그룹 등도 접대비 등의 증가율이 광고비 지출 속도를 훨씬 앞질렀다.
특히 삼성은 2012년과 비교해 지난해 접대비 또는 기타비용 증가율이 37.9%에 달했다. 10대 재벌 중 2위 수준이다. 그러나 광고선전비 증가율은 오히려 마이너스 7.9%로 뒷걸음질쳤다. 연 3.5%씩 쪼그라들었다. 한화도 비슷한 상황이다.
자연스레 이들 6개 대기업집단의 접대비 등 지출 증가규모 또한 10대 재벌 상위권에 자리잡고 있다.
기타비용 등을 가장 많이 늘린 곳은 삼성이다. 4년 간 6892억원 불어났다. 이어 SK(4760억원)ㆍ현대차(771억원)ㆍ롯데(334억원)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