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 기자] 국내 10대 재벌 중 절반 이상인 6곳이 최근 4년 간 접대비 등의 지출 규모를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증가율은 두자릿 수에 달한다. 그러나 이는 해당 기업의 전반적인 성장지표 개선엔 큰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접대비는 손익계산서의 ‘판매관리비(이하 판관비 또는 영업비용)’ 중 “업무 관련 교제ㆍ선물 등 접대행위에 지출한 모든 금액”을 뜻한다. 연간 접대비가 ‘0원’이거나 미공개인 기업은 판관비 등의 ‘기타’계정을 적용했다. 물론 기타비용 전체가 접대비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사실상 사용처가 드러나지 않는 경비다.
슈퍼리치팀 집계에 따르면 11일 현재 총수가 있는 국내 10대 대기업 집단(7월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가운데 2012년 대비 지난해 접대비 또는 기타비용이 늘어난 곳은 삼성ㆍSKㆍ현대차ㆍ롯데ㆍ한화ㆍGS 등 6군데다. 하지만 비용 증가율과 비교해 매출과 부가가치 상승률 등 지표는 한참 못 미쳤다. ▷ 슈퍼리치 ‘한국 100대 부호’ 대기업집단 총수 자산 등 자세히 보기(PC버전) ▷ 슈퍼리치 ‘한국 100대 부호’ 대기업집단 총수 자산 등 자세히 보기(모바일 버전)
우선 지출 규모가 가장 많이 커진 기업집단은 삼성이다. 계열사 48곳(이하 사업ㆍ감사보고서 공시한 업체 기준)은 접대비 또는 기타 비용만 6892억원을 늘렸다. 4년 전보다 38%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이들 계열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4%에 불과했다. 삼성의 매출 규모 자체는 한국에서 독보적이지만, 적어도 접대비나 기타 경비로 지출한 돈이 매출 증대에 끼친 영향은 미미했단 의미다.
이는 매년 성장하는 속도, 즉 연 평균 성장률을 봐도 마찬가지다. 2012∼2015년 간 삼성의 접대비 또는 기타비용은 연 13.1%씩 늘어났다. 반면 매출은 해마다 평균 0.4% 성장하는 데 그쳤다.
다른 재벌들도 수치만 다를 뿐 사정은 비슷하다. 접대비 등의 증가율보다 매출 상승폭을 넓힌 기업집단은 한 군데도 없었다. 특히 SK는 73개 계열사의 접대비 또는 기타비용이 2012년 대비 39.2% 늘어 10대 재벌 중 최고치를 찍었다. 지출 규모또한 4760억원이나 많아졌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은 4년 전보다 11%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허창수 회장이 이끄는 GS도 비슷한 상황이다. 47개 계열사의 접대비 등은 2012년보다 205억원이 증가해 16.3%가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매출은 26.9%나 감소했다.
접대비나 기타 비용 등의 증가 추이를 해당 기업집단의 부가가치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부가가치란 경상이익과 감가상각비 등을 더한 개념으로 기업이 자본과 노동력을 합쳐 만든 잉여가치다. 기업의 경제적 성과 등을 볼 때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2012∼2015년 간 접대비 등의 지출을 늘린 6대 재벌 가운데 이 비용 증가율보다 부가가치를 더 불린 기업집단은 SK가 유일했다. 매출은 줄었지만 부가가치 증대엔 접대비 등이 어느정도 기여를 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나머지 5군데는 모두 부가가치 증가율이 접대비 증가율을 밑돌았다. 특히 삼성ㆍ한화ㆍGS 등은 접대비나 기타비용이 늘어난 4년 간 부가가치가 오히려 줄었다.
그래픽. 이해나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