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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인전쟁②] 아이돌, 연습생부터 데뷔까지 돈과의 전쟁…평균 20억원의 배팅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가요계 관계자들은 아이돌그룹의 제작은 ‘하이 리스크’ 산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해 평균 데뷔를 준비하는 그룹은 무려 300팀, 그 가운데 데뷔의 기회까지 이어지는 것은 50여개 팀으로 압축된다. 신인 아이돌 가운데 얼굴을 알려 인지도를 쌓을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 팀은 한 해 평균 1~2팀에 불과하다. 공 들여 제작한다 해도 성공한 아이돌그룹을 만들어내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일각에선 “차고 넘치는게 아이돌”이라고 말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아이돌그룹은 멤버들의 입장에선 데뷔 이후뿐 아니라 연습생 시절부터 생존경쟁의 시작이고, 기획사의 입장에선 돈과의 전쟁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YMC엔터테인먼트 제공]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이돌그룹 한 팀을 안정적으로 제작해 앨범 하나를 내는 데에 드는 비용은 약 20억원이 들어간다. 비용을 아무리 줄여도 최소 15억원을 투자해야 아이돌그룹 한 팀이 태어난다. 여기에는 연습생 시절 들어간 사전 투자비용이 포함된다.

각 가요기획사가 보유한 연습생 숫자는 저마다 다르다. SM 등 대형기획사에는 약 20~30명, 중소형기획사에선 5명 내외의 연습생을 보유하고 있다. 연습생의 숫자는 회사의 규모와 정확히 비례한다. 이들을 미래의 스타로 키우기 위해 투입하는 비용 때문이다.

각 기획사에서 연습생에게 투자하는 기간은 평균 6개월~1년 정도로 계산된다. 이 기간동안 가요기획사는 연습생들과 ‘계약’을 맺는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연습생들은 재계약과 방출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YMC엔터테인먼트 제공]

연습생 계약서는 기본적으로 기획사를 위한 ‘안전장치’라는 데에 대다수 관계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연습생들은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과 투자로 데뷔를 위한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그러나 개인 변심으로 이탈하는 사례, 다른 회사로 옮기는 사례 등이 빈번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습생들이 데뷔까지 밟아가는 모든 과정이 소속사의 사전투자로 이뤄지기 때문에 기획사의 입장에선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 기간 소속사에선 연습생들의 숙소, 식비, 레슨비 등 한 해 소비되는 비용만으로 억 단위를 넘어선다. 회사의 규모가 클수록 비용은 당연히 늘어난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연습생들을 데리고 있으면 아무 것도 안 하고 숨만 쉬는 것 같은데도 월 3000만원이 들어간다”고 말할 정도다.

연슴생 기간 동안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기획사의 입장에선 계약기간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 한 중소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연습생을 데리고 트레이닝시켜 데뷔까지 가기 위해선 회사의 수익이 없어도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버틸 수 있는 동력이 필요한데 작은 회사의 경우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수익이 나지 않고도 작은 기획사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약 2년, 때문에 중소형 기획사에선 대체로 “2년 안에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비용 부담을 감수하며 최소 2년 안에 데뷔를 해야 보통의 가요기획사에서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YMC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지만 데뷔까지 가는 길도, 데뷔 이후도 험난하다. 모든 가요기획사가 연습생을 아티스트로 만들어내는 제작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다. 한 대형 가요기획사 관계자는“A&R, 마케팅, 매니지먼트, 제작비 조달 능력이 필요하고, 1집으로 대박을 내긴 힘든 상황이기에 그 이후에도 버틸 수 있는 재원이 필요하다”라며 “그러나 원소스 자체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제작에 나서니 생겼다 사라지는 회사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데뷔 이후 성공을 담보한 경우는 두 가지”라고 봤다. 하나는 3대 대형기획사의 연습생 출신이다. 올해 데뷔한 SM엔터테인먼트의 NCT의 유닛은 이미 데뷔 전부터 화제성을 몰고 온 주인공이었다. 곧 데뷔를 앞둔 YG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걸그룹 블랙핑크는 소속사에서 내놓은 7년만의 신예 걸그룹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사전 인지도가 남부럽지 않다.

다른 하나는 방송의 힘을 빌리는 일이다.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까지의 전 과정을 노출시켜 인지도를 쌓고 팬덤을 다지는 방식이다. 올초 방송된 엠넷 ‘프로듀스101’을 통해 태어난 아이오아이는 신생 걸그룹으론 이례적인 인지도를 확보한 팀이 됐다. 데뷔 쇼케이스를 진행한 서울 장충체육관은 4500석 티켓은 순식간에 팔렸다.

이 두 사례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신인그룹은 소리없이 사라진다. 자리를 잡기까지도 평균 2~3년이 걸린다. 지상파와 케이블을 아울러 매일 등장하는 음악방송에 출연하기 위해 가요기획사 관계자들은 방송사마다 진을 친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음악방송 출연을 위해 한 달동안 방송 한 바퀴를 도는 홍보비용이 무려 1억원”이라고 말했다. 요즘엔 사라졌다지만 과거엔 로비도 횡횡했다.

지금도 음악방송 PD들의 책상 위엔 매일 발매된 신인그룹들의 앨범이 산처럼 쌓이지만 모두가 출연 기회를 얻는 것은 아니다. 지상파 방송사의 고위 관계자는 “ 더 많은 가수들을 소개하고 싶어도 시간의 한계가 있다보니 당연히 누구나 출연할 수는 없다”라며 “출연자 결정은 전적으로 제작진의 영역이다. 매주 월요일이 되면 CD들이 쏟아지지만 다 들어볼 수도 없고 그 중 조금이라도 인지도를 쌓은 쪽이나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기획사 소속의 신인들에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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