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에서 방패로 태세 전환…“국민 법감정 어긋나” 지적 잇따라 -고 노무현 대통령 조사 당시 법전에 없는 ‘포괄적 뇌물죄’ 만들기도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정운호(51ㆍ수감)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명로비’ 의혹에 연루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57ㆍ사진) 변호사가 퇴임 이후 뇌물ㆍ횡령 사건 분야 전문 변호사로 활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전문 분야를 살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홍 변호사가 검찰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전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또한 국민 법감정에 어긋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게 제기된다.
19일 헤럴드경제가 홍 변호사의 이름이 병기된 판결문 11건을 검색한 결과 이 가운데 6건이 뇌물ㆍ횡령.사기 등 특경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었다. 법조계에 따르면 판결문 이외에도 홍 변호사는 2011년 퇴직한 후 경력을 살려 주로 뇌물ㆍ횡령 등 사건 중심으로 법률 자문 활동을 해 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14년 홍 변호사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감사 공무원을 변론했다. 해당 공무원은 “금감원 조사에서 편의를 봐달라”며 플랜트 설비업체 대표가 건넨 5억 4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이에 대해 홍 변호사는 “피고인의 동생이 아버지의 취업을 부탁했을 뿐”이라며 “일방적인 호의에 불과하고 피고인은 이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뇌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쳤다.
같은 해 홍 변호사는 모 철거회사로부터 청탁 대가로 1억 4000만원을 받은 재건축아파트 조합장을 변호하기도 했다.수원지법 심리로 열린 당시 재판에서 그는 “조합장이 받은 돈은 사업 자금을 빌린 것 뿐”이라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재판부는 당시 홍 변호사의 주장대로 “법리적 요건이 맞지 않는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홍 변호사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이 같은 홍 변호사의 수임 활동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검찰 내부사정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가 하루아침에 뇌물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는 건 국민 법감정에 어긋나고 수사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홍 변호사는 검사 재직 시절 대표적인 ‘특수통’이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법전에 없는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해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뇌물의 경우 대가성이 있느냐, 사기나 배임의 경우는 편취의사나 경영상 판단에 해당하느냐 여부에 따라 유무죄여부와 형량이 완전히 갈린다”며 “의뢰인들도 중앙범죄 사건을 많이 처리해본 전관 변호사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재산범죄에서는 법원과 검찰의 시각이 다른 경우가 많다”며 “기소하는 사람 재량에 따라 범위 조절 여지도 큰 만큼 검찰 단계 시각을 잘 이해하는 전관 변호사가 수임에 유리한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