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페인 국적의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국제근현대미술관위원회 회장이 국가대표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장에 임명됐다.
신임 마리 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 역사상 첫 외국인 관장이라는 타이틀을 안게 됐다.
처음, 최초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큰 의미를 부여한다. ‘시간적으로나 순서상으로 맨 앞’이라는 사전적 의미이외도 새로움, 혁신, 영광, 열정. 희망, 기대, 각오 등과 같은 긍정적인 뜻을 포함하고 있다.
첫승리, 첫걸음, 첫월급, 첫경험, 첫인상을 떠올려보라. 그런가 하면 미숙함, 시행착오, 혼란, 두려움, 불안 등과 같은 부정적인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즉 첫은 동전의 양면처럼 성공과 실패, 빛과 그림자 두 가지를 모두 지녔다는 뜻이다.
성공의 첫이냐, 실패의 첫이냐를 마치 시험이라도 하듯 첫 외국인 관장의 앞길에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들이 놓여 있다. 먼저 가장 큰 걸림돌은 언어소통이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수단이 아니다. 감정, 생각, 욕구를 표현하는 도구이자 공동체의 역사, 문화 창조와 계승발전, 사회적 관계를 맺는 역할도 한다.
이런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듯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지 않았던가.
문화체육관광부는 언어소통을 위한 해결방안으로 전담통역사를 배치하고, 마리관장은 1년 안에 미술인들과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와 관장은 언어가 공감대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늘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음은 국립현대미술관 법인화 재추진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법인화는 2013년 국회에 발의돼 아직 계류 중이다. 법인화를 찬성하는 사람들만큼이나 반대하는 사람도 많다는 증거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미국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 영국의 대영박물관 등 세계적인 미술관들이 법인화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처럼 국립현대미술관도 국제적인 미술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법인화가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문화선진국만큼 기증과 기부문화가 활성화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법인화를 추진할 경우 재정자립도 부실로 인해 국립미술관의 위상이 실추될 위험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신임관장은 법인화에 반대하는 미술인들을 이해시키고 미술관 직원들의 동의를 구하고 국회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한국형 법인화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끝으로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관, 덕수궁관, 서울관 3관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신임관장은 각 관의 핵심목표, 실천 과제 설정, 정체성 확립을 의욕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마리 관장이 첫의 기대와 첫의 우려 중 어떤 것을 미술계에 안겨줄까? 답은 이제 그의 몫으로 남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