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 市에 기증 8일 개관 수원시, 예산 年30~40억 투입키로 관장도 없이 무리한 개관展 어수선 “아파트 브랜드명 창피하다”시위도

말 많았던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하 수원시립)이 8일 정식 개관을 앞두고 6일 언론에 공개됐다. 수원시(시장 염태영) 소유의 팔달구 정조로 부지에 현대산업개발(대표 정몽규)이 300억원을 들여 건축하고 수원시에 기증하는 미술관이다.

바람 잘날 없는‘수원시립아이파크 미술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 지역 작가들의 회화 위주로 꾸린 개관전은 밋밋하고 초라했다. 평면 작품들을 빼곡하게 나열해 놓아 개별 작품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졌 다. 특히 미술관이 개관을 기념해 전시장 가벽에 50여개의 회화 작품을 다닥다닥 붙여놓은‘ 합창의 벽’은 지극히 산만해 보였다. 미술관 측은 “지역 작가들의 요청을 수렴한 개관전이다. 앞으로도 1년에 1회 정도는 꾸준히 지역 작가전을 열 예정”이라면서 “시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향후 명화 위주의 블럭버스터전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전시장 전경.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브랜드명인 ‘아이파크’가 미술관 이름에 그대로 쓰이게 됐다. 당초 기부 조건이라 변경 불가하다는 것이 미술관 측 입장이다. 이날 미술관 바깥에서는 서너 명의 지역 인사들이 “미술관은 현대아이파크 홍보관”, “공공미술관명칭, 미술관답게”, “아파트명 챙피하다” 등 문구가 쓰여진 피켓을 들고 반대 시위를 펼쳤다.

사적 제478호인 수원화성행궁 광장 옆에 자리를 잡은 미술관은 규모와 높이가 애초 계획했던 것보다 축소된 연면적 9661㎡에 지하 1층, 지상 2층짜리 건물로 지어졌다. 전시 공간은 지상 1, 2층에, 주차장과 수장고는 지하 1층에 마련됐다. 개관전인 ‘수원 지금 우리들 Now Us : Su won’은 8일부터 대중에 무료로 공개된다.

개관에 앞서 공개된 미술관은 명칭 이외에도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개관을 이틀 앞두고 벽면 부조 등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곳이 있어 어수선했다.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수원시로 아직 소유권 인수인계도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관장도 없는 상태에서 전시감독 체제로 무리하게 개관을 진행한 흔적이 역력했다.

보통 공공미술관 설립에 7~8년 소요되는데, 수원시립은 겨우 2년 반 걸렸다. 설립에 필요한 연구 용역도 없었다. 관장을 공모제로 할 건지 임명제로 할 건지에 대한 계획도 없는 상태다.

전승보 전시감독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갖춰진 상태에서 시작할 수는 없었다. 법적, 행정적 절차만 기다리고 있기에는 문화적 요구가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아직까지 관장에 대한 예우(직책, 연봉 등), 조직원 구성 문제 등을 정한 바가 없다”면서 “향후 미술관은 시(市)의 과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며, 개관식 이후 조직 차원에서 차차 고려를 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원 지역 미술교사 출신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며진 전시 역시 개관전 치고 임팩트가 부족했다. 지역 작가전이라는 타이틀을 제외하면 중량급 작가들도 없고, 실험적 작품도 눈에 띄지 않았다.

한편 미술관 측에 따르면 소장품 매입 비용 등 1년에 30~40억원 규모의 시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 중 전시관련 예산은 8억원 남짓이다.

김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