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품 경매 양대산맥 ‘빅매치’ 서울옥션, 하피첩 등 보물18점 출품 K옥션, 16일 박수근등 근대거장 맞불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의 양대 산맥인 서울옥션(대표 이옥경)과 K옥션(대표 이상규)이 잇달아 가을 경매를 연다. 서울옥션이 14~15일(서울옥션 평창동 본사), K옥션이 16일(K옥션 신사동 경매장)이다.

서울옥션 경매에는 고미술품을 포함, 경국대전, 월인석보 등 보물 18점이 쏟아져 나왔다. 오윤, 임옥상, 권순철 등 민중미술 작가들 작품도 오랜만에 모습을 보인다. 총 260점, 추정가 총액은 110억원에서 160억원이다. 낮은 추정가 합이 100억원이 넘는 것은 5년만이다.

K옥션은 근ㆍ현대 거장들 작품으로 경매를 꾸렸다. 백자 달항아리 등 고미술품과 함께 법원과 예금보험공사 등 공공기관이 의뢰한 작품 21점도 경매에 오른다. 총 177점, 83억원 규모다.

▶보물의 주인은 누구?=14일 오후 4시부터 진행되는 서울옥션 고서경매에서는 보물 제745-3호 월인석보, 보물 제1683-2호 하피첩, 보물 제1521호 경국대전 등 보물 18점과 함께 고서 450점이 출품된다. 고서 경매 출품작들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낙찰을 받는다 해도 해외 반출이 불가능하다.

월인석보·경국대전…보물 쏟아진 가을경매

주목할 만한 매물은 하피첩이다. 하피란 ‘붉은 노을 치마’라는 뜻으로, 조선 사대부 여인들이 입던 옷의 명칭이다. 1810년 다산 정약용이 전라도 강진 유배생활을 할 때 부인 홍씨가 보내 온 헌 치마를 재단해 만든 3개의 서첩으로, 다산은 이 하피첩을 아들인 학연과 학유에게 남겼다. 일종의 가계첩(집안 사람들이 교훈으로 삼을 것을 담은 첩)이다. 경매 추정가는 3억5000만원에서 5억5000만원.

월인석보도 소중한 사료다. 세조 5년(1459년) 께 목판으로 간행된 초판본으로 훈민정음 창제 직후 한글 사용례를 알 수 있는 문화유산이다. 경매 추정가는 3억5000만~5억5000만원선.

월인석보·경국대전…보물 쏟아진 가을경매

고미술품 가운데 보물도 있다. 조선 18세기 최고의 승려화가 의겸의 수월관음도(보물 제1204호)다. 붓놀림이 신선과 같아서 호선이라 불렸던 의겸의 작품은 현재 약 25점 정도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억3000만~7억원선. 또 총 11점으로 구성된 범어사 칠성도 중 2점도 나온다.

오윤, 임옥상, 권순철 등 민중미술 작가들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민중미술은 미술사적 의의 때문에 컬렉션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 받는다. 한국전쟁 당시 시대상을 부조로 담은 임옥상의 작품 3점은 추정가 3000만~5000만원선. 오윤의 판화는 1000만~2000만원선이다.

▶근대 거장들 한자리에=K옥션 가을경매에서는 김환기 작품 8점을 포함, 근대 서양화의 양대 거목인 박수근, 이중섭의 작품들이 나온다. 장욱진, 이인성, 도상봉, 유영국, 오지호, 이대원 등의 작품도 선보인다. 고암 이응노, 청전 이상범의 한국화와 청자상감운학문매병, 백자 달항아리 등 고미술품도 출품된다.

월인석보·경국대전…보물 쏟아진 가을경매

최고가 작품은 김환기의 1966년작 ‘03-II-66’이다. 1963년 뉴욕에 도착한 김환기는 뉴욕시대 이전의 두꺼운 마티에르를 점점 없애고 자연 소재를 단순화하기 시작했는데, 이번 작품이 그 대표작이다. 넓고 엷게 색이 번진 캔버스 한 가운데 상형문자 같은 형태를 그려 넣었다. 추정가는 12억~20억원선이다.

박수근의 수작 ‘귀로’는 6억원부터 응찰 가능하다. 앙상한 나뭇가지를 화면에 등장시키며 전후 가난하고 피폐한 삶을 다독였던 박수근의 대표작 중 하나다. 이파리 하나 없는 겨울 나무들이 화면을 꽉 채우고 있다.

월인석보·경국대전…보물 쏟아진 가을경매

이중섭의 부산시대 대표적 풍경화 ‘문현동 풍경’도 출품된다. 추정가는 1억5000만~12억5000만원이다.

김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