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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님보다 더 잘 가르쳐요”…‘인강’ 듣는 대학생들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 기계공학도인 박형규(21ㆍ가명) 씨는 2학기 수강신청과 더불어 인터넷 강의를 함께 결제했다. 졸업을 위해 유체역학 학점을 이수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학교 수업만 들어선 못 따라갈 것 같아 인강을 병행하기로 했다. 박씨는 “매번 교수님 찾아가서 모르는 것 질문하기도 부담스럽고, 진도도 학교 커리큘럼과 거의 똑같이 나가고 문제 풀이까지 친절하게 해주니 좋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우리 교수님보다 더 잘 가르치는 느낌”이라고도 했다. 

사진=헤럴드DB

최근 대학생들 전공 강의를 보충해 주는 인터넷 강의 시장이 성장세다.

인강을 듣고 수능시험을 준비했던 대학생들이, 이제는 학교수업을 뒤따라가려고, 미진했던 중고등학교 과목의 기초를 다지려고, 혹은 시험 하루 전 ‘벼락치기’용으로 ‘전공 인강’을 찾아 듣는다.

이에 대학생에게까지 사교육 의존성이 이어지는 현상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입시 전문 인터넷 강의 업체인 메가스터디의 자회사 아이비김영은 지난 6월 대학 전공학습 전문 브랜드 유니스터디를 론칭했다. 이외에도 유니와이즈, 큐스터디, 탑그레이드 등 기존 인강 업체들이 성업 중이다.

이들 업체는 전공수학부터 공학ㆍ자연계열의 전공과목, 상경계열의 통계, 수학과목 등, 기초부터 응용과목까지 다양한 강의를 제공한다. 심지어는 한국 고대사나 민법총칙과 같이 인문사회계열 강의를 판매하는 곳도 있다.

보통 30~50개 강의가 포함된 한 과정당 10~30만원 선. 중간ㆍ기말시험 대비 단기 벼락치기 과목은 3~5만원 정도다. 대학미적분ㆍ경제경영수학ㆍ수리통계 등 300여개 강의를 400일 동안 들을 수 있는 ‘경제경영 프리패스’를 100여만원에 판매하는 업체도 있다.

학교 시험 족보를 올리면 수강료를 결제할 때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적립해주기도 한다.

한 인강 업체 관계자는 “매년 수강생이 늘고 강의 수요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라며 “대학의 정교수님들이 학생들에게 공부 도움을 주고자 강의하는 것이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의 정식 교수라면 자신이 소속된 대학 외부에서 본인이 강의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따라서 이들 업체에서 말하는 ‘교수’는 전임교수가 아닌 겸임교수거나 시간강사일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사교육에 의존해 버릇 한 학생들이 대학에서도 혼자 공부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인강을 찾는다고 분석한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가능한 한 대학 내에서 학생 수준을 초기에 제대로 확인해 기초과목 보강 등 관련강좌를 개설하거나 학생들끼리 지식을 주고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책임이 있다”며 “불필요하게 대학 외부 사교육에 의존하게 하고 비용 부담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사교육 시장에서 돈벌이 수단으로 수요를 창출해 대학생들이 이에 빠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양정호 교수는 “회계 과목 등의 경우 기존의 CPA 학원에 찾아가 듣는 것과 같은 수요는 원래 있었다”라며 “아직 이공계열 기초과목 등의 수요를 단정하긴 이르지만 과목들 특성상 내용 변동이 거의 없어 한 번 강의를 녹화해 돌리면 크지 않은 비용으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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