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국가재정 위기를 우려하며 꺼내든 ‘페이고(Pay-Go, Pay as you go) 제도’가 국회로 공이 넘어오며 향후 처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페이고’는 재정지출을 수반하는 법안을 발의할 때 재원 확보 방안도 함께 마련하는 것으로 의무화하는 제도로 지역 표심을 고려한 선심성 포퓰리즘 차단을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본격적인 논의의 불을 지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회 운영위에 이노근ㆍ이만호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계류 중인데, 국회법에 소관 상임위가 예결위와 협의하도록 돼있지만 10년간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모든 걸 운영위 안에서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3년간 세수부족이 22조2000억원에 달하며 올해도 세수 부족이 예상된다”고 재정건전성에 우려를 표하며 페이고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야당 측에선 썩 내켜 하지 않는 분위기다.
도입 의도는 공감하지만, 현 상황에서 청와대가 페이고를 꺼내든 것은 입법권을 축소해 국회를 압박하려는 불순한 정치적 의도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의원입법을 제어해 국회 입법권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뻔해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여야의 상반된 입장에 탓에 국회선진화법 하에서 페이고 법안 처리가 가능하겠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또 여당 일부에서도 의원입법 과정에서 일종의 족쇄가 될 가능성이 높은 페이고 법안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눈치다. 이런 탓에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페이고 도입과 관련한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지역명까지 명시한 수천억, 수조원대의 프로젝트를 법안으로 발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것이 재원조달 방안도 없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걸 막아야 한다는 것이 페이고 법안 발의의 가장 큰 취지”라면서 입법권 제한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구체화된 하위법령으로 얼마 이상의 사업에 페이고를 적용하는 등의 보완책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