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결혼, 꼭 해야 되는 겁니까?”
젊은 세대들의 결혼에 대한 시선이 변화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에게 결혼은 더이상 필수가 아니다. ‘(자발적)포기의 대상일 수 있다’고 인식한지 오래다.
결혼관이 달라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또 불황시대가 가져온 그늘처럼,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결혼은 물론 연애마저도 사치로 생각하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만만치 않은 결혼자금과 내집마련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양육문제 등 앞으로 산적한 과제에 젊은 세대들은 ‘결혼’에 겁먹기 시작했다. 그런 것이 결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결혼은 꼭 해야되나’라는 의문으로 연결된 것이다. 최근 시장조사 전문기업이 미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혼에 대한 인식 평가’에 따르면 ‘결혼 꼭 해야한다’ 의견은 30%에 불과했다. 열명 중 일곱명은 결혼은 안해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서울에서 결혼 커플은 24년만에 3분의1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적령기 인구 감소와 젊은 세대의 결혼 포기가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서울에서 결혼한 커플은 6만4823쌍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1990년(10만3843쌍) 이후 37.6%가 줄어든 셈이다. 초혼 부부는 1990년 9만3036쌍에서 지난해 5만4949쌍으로 40.9%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이런 가운데 결혼식 트렌드도 ‘남을 위한 결혼’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결혼’으로 변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결혼 자체가 줄기도 했지만, 남과 집안을 의식했던 결혼식 풍경도 그마저 철저히 자신을 위한 예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영화속의 결혼식’과 같은 소규모 하우스웨딩이 각광을 받고 있다. 하우스웨딩으로 결혼식을 올린 신혼부부인 박모(35) 씨는 “딱딱하고 의례적인 주례사 대신 부부가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양가 부모님이 축사를 하는 식으로 결혼식을 진행했다”며 “친한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어 좋았으며 오후내내 즐기는 파티와 같은 결혼식에 하객들도 좋아하는 것 같아 정말 행복한 결혼식을 보냈다”고 했다.
합리적인 결혼식을 찾는 ‘셀프웨딩족(族)’ 증가도 새로운 결혼 풍속도다. 합리적인 결혼식이라고 무조건 자린고비처럼 ‘아끼는’ 결혼식이 아니다.
최근 커플은 결혼식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경비를 줄이는 대신 집이나 신혼여행 또는 혼수가구 등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듀오웨드의 ‘결혼 비용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실제 총 결혼자금은 주택비용을 포함해 평균 2억3798만원이었다. 이중 예식장 등 예식비용은 약 1890만원, 신혼여행, 혼수 등 ‘예식외 비용’은 약 5073만원이 소요됐다. 이는 웨딩비용 등 결혼식 비용 비율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이라고 웨딩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실제 예식외 비용엔 합리적 소비가 주류를 이룬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은 주택마련 부담을 낮추기 위해 아파트만을 고집하지 않고 빌라나 오피스텔 등도 마다하지 않는다. ‘빌트인’의 소형 아파트 수준의 오피스텔에서 신혼집을 꾸미는 커플도 많다.
혼수가전 시장도 거품이 빠지면서 합리적인 제품이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냉장고의 경우 신제품보다 용량이 크고 합리적인 가격의 이전 제품이 인기를 끌고 세탁기도 실속형 통돌이를 찾는고객이 늘고 있다. 홈패션도 가볍고 실용적인 프리미엄구스 침구세트 및 호텔에서 선보이는 흰 색상의 침구류를 구매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 생활가전부문 김영상 수석바이어는 “가전, 가구, 주방용품, 홈패션 등 혼수 상품군의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디자인보다 기능성 및 실용성을 고려한 상품들의 인기가 높고 혼수를 준비하는 신혼부부들의 경우 필요한 기능에 대해서는 투자를 아까지 않는 편”고 말했다.
하지만 결혼식 비용이나 혼수 등을 줄이는 대신 평생의 단 하루 그날을 위해 피부와 성형에 대해 수백만원의 돈을 투자하는 예비신부도 있다. 결혼식 비용은 아끼되, 신혼여행을 위해선 수천만원도 아낌없이 쓰는 커플도 상당수에 달한다고 한다. 합리적 소비를 하면서도 ‘나를 위한 투자’에는 아낌없이 비용을 치르는 트렌드, 이것이 요즘 결혼 풍속도로 정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