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서울옥션 vs K옥션
<2> 서울옥션 vs K옥션
1998년 국내 최초 미술품 경매회사 설립 국내 미술시장 파이 키우는 라이벌로
미술시장 회복따라 올 80%대 높은 낙찰률 서울옥션 ‘프린트 베이커리’로 미술의 대중화 ‘신뢰와 정직’ K옥션은 온라인 경매 호조
경매라고 하면 부동산 경매, 혹은 부산 자갈치 경매시장을 떠올리기 쉽다. 미술품이 경매로 사고 팔리는 일은 아직까진 일반인에게 낯설다.
미술품 거래는 크게 작가가 갤러리나 컬렉터에게 그림을 직접 파는 1차 시장과, 1차 시장을 거쳐 소위 ’중고 매물’이 거래되는 2차 시장인 경매로 이뤄진다. 현재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곳은 소더비(Sotherby’s)와 크리스티(Christie’s)다. 소더비는 1744년, 크리스티는 1764년 출발했다.
서울옥션(이옥경·이학준 대표)과 K옥션(대표 이상규)은 ‘한국의 소더비와 크리스티’다. 두 회사는 팀이자 라이벌로 한국 미술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있다.
한국에서 미술경매 역사는 일천하다. 1998년이 시작이다. 당시 이호재 가나아트갤러리 대표(현 가나아트 회장)가 한국 최초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경매’를 설립하고 미술품 경매를 시작했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미술 분야에 ‘시장’ 논리를 도입한 것이다. 서울경매는 2001년 ‘서울옥션’으로 상호를 바꿨다.
서울옥션과 K옥션이 국내 미술 경매시장에서 갖는 비중(점유율)은 절대적이다. 서울옥션 47%(거래량 456억2900만원), K옥션 32.7%(거래량 317억1500만원)로 두 회사가 시장의 80% 가까이를 과점하고 있다. <2014년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ㆍ아트프라이스 집계 결과 기준>
두 회사의 인연은 묘하게 얽혀 있다.
2001년 이호재 회장은 당시 잘나가던 금융맨이자, 김승유 하나은행장의 미술 컬렉션을 돕던 김순응 하나은행 자금본부장에게 서울옥션 대표직을 제의한다.
김 대표는 3년 동안 서울옥션을 이끌었다. 그러다가 2005년 미술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서울옥션의 ‘이중섭·박수근 위작(僞作) 사건’을 전후로 김 대표는 이 회장과 결별한다. 그리고 2005년 9월 갤러리현대 등과 함께 국내 두번째 미술경매회사 K옥션을 만들고 초대 대표 자리에 앉았다.
이상규 K옥션 대표는 서울옥션 출신이다. 2002년 서울옥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으며 미술계에 발을 들였다. 김순응 대표와는 같은 은행원 출신(이 대표는 신한, 하나은행을 거침)에, 한솥밥을 먹게 된 막역한 사이였다. 2005년에는 김 대표를 따라 K옥션에 합류했고, 2012년 대표직에 올랐다. 이 대표가 수장에 오르기 전 1년 동안은 조정열 현 갤러리현대 대표가 K옥션을 이끌었다.
위작 사건으로 최대 위기를 맞은 서울옥션에서 ‘소방수’ 역할을 한 사람은 윤철규 전 대표다. ‘위작 사과’의 제스처로 서울옥션 경영진이 사퇴한 자리에 일간지 기자 출신의 전문경영인이 왔다. 윤 대표 이후에는 이학준 대표가 3년 임기를 맡았다. 그리고 이호재 회장이 컴백한다. 현재 서울옥션은 지난해 취임한 이 회장의 여동생 이옥경 대표가 이끌고 있다.
서울옥션과 가나아트갤러리는 별개 법인이지만 ‘가족경영’ 체제로 한데 묶인다. 이옥경 대표를 뒤어 가나아트는 이 회장의 아들인 이정용씨가 맡았다.
미술품 낙찰총액(혹은 판매총액)과 낙찰률 등 실적에 있어서는 서울옥션이 앞선다. 최근 K옥션의 추격이 거세다. 2013년 각각 점유율 53.4%, 28%였던 서울옥션과 K옥션은 2014년 47%, 32.7%로 격차가 좁혀졌다.
올해 처음 실시된 3월 메이저 경매에서는 두 회사 모두 80% 이상의 높은 낙찰률을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국내 미술시장의 회복세가 반영된 결과다. 서울옥션은 9일 서울 평창동 본사에서 열린 올해 첫 메이저 경매에서 낙찰총액 약 60억원, 낙찰률 87%를 기록했다. K옥션은 10일 서울 신사동 사옥에서 열린 3월 메인 경매에서 판매총액 64억원(판매수수료 포함), 낙찰률 84%를 기록했다. 특히 K옥션은 메이저 경매 낙찰률이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서울옥션은 국내 유일의 상장 경매회사다. 2008년 국내 미술계 호황이 절정에 달했을 때 코스닥에 등록했다. 이후 주가 흐름은 지지부진하다가 지난해말부터 호조세다. 최근에는 역대 최고 1분기 성과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연일 상승하며 사상 최고가(9900원)에 바짝 다가가기도 했다. 현재 주가는 9300원(17일 종가기준)이다.
두 회사의 경영 철학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서울옥션은 ‘미술의 대중화’를, K옥션은 ‘신뢰와 정직’을 내세운다. 서울옥션은 미술품 대중화를 위해 2012년 ‘프린트 베이커리’를 런칭, 판화 등 중저가 미술품 등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K옥션은 모든 비즈니스의 기본은 ‘정직’에서 비롯된다는 신념으로 미술시장의 신뢰 회복에 힘쓴다.
두 회사의 새로운 격전지는 온라인 경매 분야다. 여기에서는 K옥션이 앞선다. 지난해 낙찰총액 기준 서울옥션은 약 22억7400만원, K옥션은 약 28억5400만원을 기록했다. K옥션은 2006년부터 온라인경매를 시작해 해마다 횟수를 늘리고 있다. 서울옥션은 지난해 하반기 ‘이비드나우(eBID NOW)’라는 이름으로 온라인경매를 공식 런칭하며 사업영역을 확장중이다.
김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