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내 나이 올해 벌써 서른넷/시집 안 가니 밥 먹듯 듣는 얘기/집 밖을 뛰쳐나온 발걸음 어디로 가는지/상상 속을 헤매네/얼굴은 현빈 원빈 몸매는 정우성 정도/요즘 대세 김수현 합쳐지면 내 남자/아무리 찾아봐도 현실 속에/존재하지 않는 너”

여러분의 옆구리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연인은 자신의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인가요? 이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분은 행운아일 겁니다.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무니까요. 그녀에게 혹은 그에게 콩깍지가 씌인 이유가 자신의 이상형이기 때문이었나요? 이상형을 밝히는 일이 그리 욕을 먹을 일은 아니잖아요. 말 그대로 이상형은 그저 이상형일 뿐이니까요. 기자의 이상형도 15년 째 배우 손예진입니다……. 욕하세요.

“미쳤어 왜 그래 다들/나만 보고 뭐라 그래 (I Don’t Know)/Oh 돌겠어 누가 날 좀 꺼내줘/이제는 No No No”

나이가 찬 미혼남녀분들은 지난 설 일가친척들의 결혼 계획 여부를 묻는 질문 공세에 괴로우셨을 겁니다. 평생 혼자 살 생각이 아니라면 당연히 결혼하고 싶죠. 그런데 마땅한 사람이 없는 걸 어쩌란 말인가요. 눈을 낮추라고요? 질풍노도의 20대를 지나오면서 눈높이가 바닥을 찍은 지 오래거든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고요? 급하다고 분위기에 휩쓸려 아무나 덥석 붙잡아 결혼할 순 없는 노릇이잖아요. 듀오 미즈브릿지(Ms. Bridge)의 곡 ‘노처녀 다이어리’에 담긴 올드미스의 심정은 솔직하고 절절합니다.

“결혼한 친구들은 말하지/화려한 솔로 그게 속편하다고/또 다른 친구들은 말하지/결혼은 하라고 나이 들어 외로워/귀를 막고 싶지만 들려오는/이말 저말 이제 지겨워 제발/내 뜻대로 할 거야/내 인생은 나의 것 멋진 여자/인생 보여 줄 거야”

<정진영의 읽는 노래> 9. 이상형이 아니면 어때? 함께 있어 좋으면 됐지

나름 산전수전을 겪고도 결혼 문제 앞에서 갈팡질팡하는 이유는 기혼자들의 충고가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결혼은 미혼자들에게 미경험의 영역이니까요. 그러나 결정의 순간에는 누구나 혼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고요? 그런데 결혼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 선택인가요? 다른 친구들보다 시집 장가를 잘 가고 싶다고요? 지금 곁에 있는 사람과 평생 함께 하고 싶어 결혼하는데 과연 그것이 중요한 문제인가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으로도/날 사랑해 줄 남자 있다면/혼자만의 시간은 이제 충분해/평생 너에게 올인 할 거야”

사랑과 조건 중 무엇이 더 오랫동안 결혼을 유지시켜 주는 요소일까요? 이에 대해 치열한 갑론을박이 있겠지만, 사랑이 식어서 끝나는 결혼보다 조건이 사라져서 끝나는 결혼이 더 슬플 것 같군요. 처음부터 모든 걸 가지고 시작할 순 없잖아요. 남자나 여자나 그 나이에 모든 걸 다 갖추고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닌가요? 그렇다고 부모님에게 많은 부분을 기대는 순간, 간섭은 피할 수 없는 수순입니다. 세상만사 ‘기브 앤 테이크’ 아니던가요? 받을 것은 다 받고 간섭을 거부하면 상도에 어긋나죠. 서로가 서로에게 ‘올인’했다면 같이 조금만 고생해보시죠. 고생이 그리 길진 않을 겁니다. 함께 할 사람과 몸을 뉘일 만한 좁은 곳을 이리저리 찾고 있는 기자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