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복지 디폴트’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기초연금’과 ‘무상보육’은 확대됐는데 중앙 정부의 재정지원은 쥐꼬리만해서 이를 집행할 돈이 없다는 지방자치단체의 경고성 메시지다. 지자체의 맏형인 서울시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서울 성동구와 중랑구, 금천구는 이달부터 기초연금 지급이 어렵다. 사실상 디폴트다. 그러나 서울시가 긴급 예산을 투입해 급한 불을 끄기로 했다. 추경과 지방채 발행 얘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지난 1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만나 직접 ‘복지 디폴트’를 언급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당시 “기초연금 등 사회복지비용 때문에 일부 자치구에서 디폴트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라며 중앙 정부의 재정지원을 요구했다. “마른 수건을 짜야되는데 더이상 짤 수건도 없다”는 한 구청장의 얘기는 절박하게 들렸다.
최근 박 시장이 키우는 진돗개가 시민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박 시장은 지인에게 선물받은 2마리와 새로 입양한 1마리 등 3마리를 키우고 있다. 이들 진돗개는 시장 공관에 살게 되면서 ‘청사 운영비’로 길러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들 개 3마리가 ‘청사 방호견’으로 바뀌면서 훈련비, 사료비, 예방접종비 등에 총 1320만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방호견’은 서울시 규정에 없다. 박 시장의 반려견이 시민 세금으로 호위호식한다는 언론의 지적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관 방호의 취약성이 증가돼 방호 인력 증원이 논의되던 중 진돗개가 경비 기능을 일부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돼 활용했다”고 해명했다.
연간 1320만원은 적지 않은 돈이다. 특히 ‘복지 수혜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갑자기 ‘복지 디폴트’를 우려하는 지자체의 진정성이 반감된다. 주민들이 모르는 ‘예산 누수’는 없을까. 마른 수건은 정말 다 짰을까.
아니면 1년에 24조원을 만지는 서울시의 예산이 남아도는 것일까. 잘 훈련된 진돗개의 경비 능력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니지만 차라리 ‘방호견’을 ‘방호원’으로 돌려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주는 것은 어떨까.
“지금 경제가 어떤 상황인데 너무하는 것 아냐”라며 진돗개를 걱정(?)하던 새벽에 만난 택시기사의 불호령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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