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금융 활성화 따라 상표권ㆍ실용신안권도 평가대상 포함
아직 공기관ㆍ국책은행 중심…평가전산체계ㆍ기술거래소 설립 등 절실
[헤럴드경제=조문술 기자]올해부터 특허를 담보로 돈 빌리기가 부쩍 쉬워졌다. 공공기관과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IP(지식재산권)금융’이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잠자던 유망 기술들이 활발한 창업 또는 사업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8일 산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은 개발기술사업화자금을 신청하는 중소ㆍ벤처기업이 특허담보 대출을 신청하면 담보가 없어도 최대 20억원을 빌려주기로 했다.
지난해 7월 처음 도입한 이래 티이엔(대표 김태원) 등 20개 업체가 55억원을 대출받았다. 올해는 특허담보 대출의 액수를 3배(150억원)로 늘리고 대상도 확대했다.
지난해 운전자금으로 융자범위를 제한했던 것과는 달리, 운전자금과 시설자금 모두 신청할 수 있다. 한도는 20억원 이내며, 운전자금만 신청할 경우 5억원까지 빌려준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올해부터 의약ㆍ바이오분야에 특화된 기술금융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동안 이 분야 특허기술은 전기전자, IT, 기계, 화학 관련 기술과 달리 고위험 투자대상으로 분류돼 사업화가 쉽지 않았다.
산업부는 ‘2014년도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 신규지원 과제에 의약ㆍ바이오 특허를 포함시켰다. 대학 연구소 병원 벤처기업 등이 보유한 특허를 기업과 연결해 사업화를 촉진하게 된다.
바이오특허를 가진 기관이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원하면, 과제당 4년간 30억원 규모의 정부 출연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산기평은 홈페이지에 이런 계획을 공고하고 5월부터 신청을 받는다.
특허권 담보대출을 받으려면 공통적으로 ▷전용질권 설정이 없고 ▷잔여기술 수명이 대출기간 보다 길어야 하며 ▷사업화에 따른 매출 발생 가능성 등이 필요하다.
이런 IP금융은 올해부터 대상이 기술특허 뿐 아니라 실용신안권, 상표권, 저작권, 판권 등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주무기관인 특허청은 IP금융 활성화를 위해 올해부터 실용신안권에 대한 평가도 시작해 기술평가서를 발급해주기로 했다. 특허나 실용신안권을 담보로 자금조달을 원하는 기업에는 평가ㆍ진단을 한 뒤 국책은행(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보증기관(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투자기관에 연결해준다.
지난해 9월부터 기업당 최대 20억원의 특허권 담보대출을 실시한 산업은행은 올해 대상을 농ㆍ식품분야 지재권과 상표권까지 대상에 포함시켰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8월 ‘IP수출자금’ 제도를 도입한 이래 상표권, 게임판권, 드라마저작권 등에 대해 총 742억원을 대출해줬다. 기업은행도 다음달 특허권과 실용신안권을 담보로 기업당 최대 10억원까지 대출하는 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IP금융이 활성화되려면 ▷비용이 들지 않는 평가체계 확립 ▷무형의 자산에 대한 평가역량 확보가 절실하다. 여기에다 ▷평가 전산플랫폼 마련 ▷법원의 특허심판 전문성 등도 요구된다. 또 ▷폐지된 기술거래소 부활 ▷IP전문회사 설립을 통한 회수시장 확보도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술거래소 설립을 주도했던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카이스트 교수)는 “현재와 같은 체계로는 잠재가치가 높은 유망기술을 발굴하고 사업화하는 게 쉽지 않다”며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에 대한 가치평가 체계와 기술을 사고팔 수 있는 독립된 기술거래소 설립, 변리사에 대한 변론 허용 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