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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키드 박혜나 “모든 사람의 내면엔 엘파마가 있다”
옥주현과 함께 브로드웨이 대작 뮤지컬 ‘위키드’에 더블캐스팅으로 확정됐을 때,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박혜나가 누구지?”라는 의문과 “드디어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 초록마녀 ‘엘파바’는 그렇게 박혜나(31)에게 다가왔다.

공연 3주차, 이제 박혜나는 ‘박파바’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관객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유난히 바람이 거칠던 12월 초, 공연 직전 이뤄진 인터뷰에서 녹색 매니큐어를 한 그녀를 만났다. 조금 있으면 귓속까지 녹색으로 칠하고 엘파바로 분한다는 그녀는 손톱은 물론 마음까지 초록색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박혜나는 이른바 중고신인이다. 2006년 ‘미스터 마우스’로 데뷔한 후 꾸준하게 활동했지만 이렇다 할 대작에 출연한 적이 없어 대중에겐 생소했다. 7개월 동안 진행된 오디션을 거쳐 엘파바 역에 확정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다만 위키드 오디션은 자신을 전부 다 보여주며 ‘소진’하는 과정이 아니라 스태프와 작품에 대해 대화하고 토론하며 위키드에 맞는 역할로 변하는 과정이었다고 한다. 배우로서는 오디션 보는 일이 당연하다며 “캐스팅 되기 전까지 오디션은 내 취미생활이었다.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준비가 돼 있으면 역할이 다가온다”는 말엔 어른스러움도 묻어났다.

3주 동안의 소감을 묻자 “모든 사람의 내면엔 엘파바가 있다”는 말로 운을 뗐다. 마법ㆍ초록색 피부는 극적 효과를 위한 과장이지만, 누구나 내면의 가치를 보여주기도 전에 외양으로 차별을 받았던 경험, 자신이 처한 상황 때문에 무시당했던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대사 중엔 ‘받아본 적도 없는 사랑 때문에 두려워했었어’가 있다. 한마디로 아웃사이더다”며 “본인이 약자이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정의를 지키려 하지 않았나 싶다”면서 그런 엘파바가 정말 소중하다고 말했다.


사진=(주)설앤컴퍼니 제공

실제로 ‘위키드’에는 다양한 사회적 코드가 녹아 있다. 동물보호ㆍ인권문제ㆍ차별반대 등 사회적 문제를 비롯해 유명인의 진실과 거짓, 진실이라고 해서 항상 올바른 것은 아니라는 대중적 클리셰도 함께한다. 다양한 문제를 소구하는데도 이야기가 흩어지지 않고 끝까지 가는 이유는 그만큼 드라마가 강하기 때문이다. 원작인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위키드: 사악한 서쪽 마녀의 삶과 시간들’은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다. 박혜나는 “텍스트가 가진 다양한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가장 큰 부담”이라고 했다.

박파바는 섬세한 감정표현의 옥파바(옥주현의 엘파바)와 달리, 귀엽고 신선한 느낌이 거부할 수 없이 매력적이다. 연출을 맡은 리사 리구일로는 “배우 박혜나의 엘파바는 관객에게 먼저 다가가서 관객에게 교감하고자 하는 것이 많고, 잔잔하게 강한 매력이 있다. 특히 1막의 아직 컨트롤되지 않은 거칠고 강렬한 매력이 있다”고 평했다.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1막의 마지막 넘버 ‘중력을 벗어나(Defying Gravity)’는 특유의 시원스런 가창력이 통쾌함을 선사한다. 초록마녀 엘파바가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무대 위로 치솟으며 부르는 이 넘버는 박혜나가 꼽은 최고의 장면이다. 중력을 벗어나 날아오르는 엘파바와 ‘위키드’로 연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박혜나는 확실히 닮은꼴이다. 하지만 여전히 수줍고, 부단히도 노력해야 좋은 배역이 찾아온다는 겸손함으로 무장한 그녀는 2014년이 더 기대되는 배우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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