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영화 기자]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영우(45)씨 부부는 3개월 넘게 인근 아파트 전세 물건을 찾아다녔으나 도통 구하지 못했다. 물건 자체가 없을뿐 아니라 전세 물건이 나와도 너무 비싸 전세금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근 지은 지 오래된 30평대 아파트 전세금은 2년전 2억8000만원 안팎에서 최근 3억4000만원 내외로 올랐다. 결국 김씨 부부는 아파트를 전셋값에 조금 더 대출을 맏아 3억8000만원에 집을 매입했다.

김씨처럼 서울 강북권과 수도권에선 전세 물건을 찾지 못한 세입자 가운데 매매로 전환한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런 수요 덕분에 그동안 꿈쩍하지 않던 30평대 아파트들도 매매가 이뤄지기 시작했다고 중개업자들은 전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소재 황금부동산 윤명순 공인중개사는 “중개업소를 찾는 대다수가 전세를 구하는 손님인데 매물 자체가 없다. 최근 중개업소를 찾아온 고객들은 전세를 구하기 어려우니 아예 주택 매입 여부를 고민한다. 당분간 시장에선 전세 수요가 매매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형 신성부동산 사장(광진구 중곡동)은 “시세보다 2000만∼3000만원가량 저렴한 급매물을 전세를 구하는 수요자에게 보여주면 종종 거래가 성사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집을 사야겠다고 마음먹고 찾아온 손님보다 전세 세입자가 매입으로 돌아서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선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전용면적 85㎡ 이하 또는 6억원 이하의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간 격차가 5000만∼1억원에 불과한 주택을 전세 수요자가 대출을 얻어 매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런 전세 세입자의 매매 전환 수요가 부동산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구나 정부가 8월 말 내놓은 전·월세 안정대책으로 연 1%대 이자의 공유형 모기지(장기주택담보대출)가 공급되고 4.1 부동산 종합대책으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가 연말까지 6억원 이하 주택을 마련하면 취득세도 전액 면제받을 수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연말까지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 중심으로 중소형 주택을 사들이는 매매 전환 사례가 많을 것”이라며 “대형 등 일부 주택에는 매수세가 없는 만큼 전세의 매매 전환 수요가 수도권 전체 시장을 끌어올리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도 “전세대란이 불거지자 30∼40대 생애 최초주택 구입자들이 전세난을 벗어나려고 매매에 나서고 있다”며 “가을 이사철이 끝나면 매매 수요가 다소 주춤할 수 있으나 전세난 해지 수요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