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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쪽은 쌩쌩, 한쪽은 썰렁… 현대기아차ㆍ쌍용차 동시 납품 네오텍의 두 풍경
[충남 천안= 김상수기자]“저기 멈춰 있는 라인을 보세요. 마치 딴 세상같죠.”

쌍용자동차에 도어와 후드를 납품하는 협력업체 네오텍. 쌍용차 판매 호조에 덩달아 요즘 공장도 신바람이 났다. 그 와중에도 공장 한편에 멈춰 있다시피 한 라인이 하나 눈에 띄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이 두 라인을 갈라놓은 듯했다. 힘찬 엔진음을 내뿜으며 쉼 없이 일하는 기계와 사람의 손길이 그리운 듯 묵묵히 말이 없는 기계. 한 협력업체 안의 두 풍경이다.

네오텍은 쌍용차뿐 아니라 현대ㆍ기아차에도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이다. 수천개 협력업체 중 한 곳일 뿐이지만, 네오텍의 과거와 현재는 마치 완성차업계의 축소판과 같다. 파장은 어마어마하다. 완성차가 살짝 미소만 지어도 협력업체는 함박웃음을 짓고, 완성차업체가 기침만 해도 협력업체는 앓아눕는다. 네오텍 뿐이랴. 한국엔 수천개의 네오텍이 완성차업계의 하투(夏鬪)에 희비가 엇갈린다.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자동차협력업체 네오텍 공장 내에서 직원이 쌍용차에 납품할 부품 생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충남 천안시 네오텍 공장에서 만난 최병훈 대표는 목소리에서부터 신바람이 가득했다.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이번 여름휴가 때 직원들 성과급을 미리 지급했죠. 직원들도 이런 8월은 처음이라고 좋아하네요.” 네오텍은 생산 물량의 65%를 쌍용차에 납품하고 있다. 최 대표는 “노사 갈등 없이 쌍용차가 임금협상을 끝낸 게 너무 기쁘다. 그 덕분에 성과급도 지급할 수 있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물론 아픔도 컸다. 쌍용 사태로 공장이 멈추다시피 할 때에는 250명의 직원을 180명으로 줄였고, 최 대표부터 임금을 반납했다. 주변에서 협력업체가 하나둘씩 도산해갈 때엔 불안감에 잠도 자지 못했다.

특히 매년 8월은 협력업체엔 잊고 싶은 시기라고. 최 대표는 “자동차 협력업체의 1년은 11개월”이라며 “노사협상을 하는 8월은 없는 달과 마찬가지이다. 완성차업계가 파업하면 협력업체는 공장 멈춘 채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완성차 노조가 파업 끝내고 특별금으로 수백만원씩 휴가비 받아 그 돈으로 놀러 가면 협력업체는 또 상실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노사갈등 없이 8월을 보낸 쌍용차가 고맙다고 최 대표는 몇번을 반복했다.

공장은 생기가 넘쳤다. 평일에는 오후 10시까지 야근을 하고, 주말도 특근으로 쉼 없이 풀가동되고 있다. 굉음과 함께 프레스에는 쌍용차에 납품하는 도어가 연이어 쏟아졌다. 최 대표는 “50억원을 투자해 곧 신규설비도 들여올 계획”이라며 “신규설비에 따라 직원도 추가 채용하게 된다. 이런 게 바로 선순환”이라고 강조했다.

신바람 속에 공장을 안내하던 최 대표도 멈춰 있는 한 라인 앞에선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영화 중 스틸컷처럼 이곳만 공장이 멈춰 있었다. 바로 현대ㆍ기아차에 파노라마 선루프 프레임을 납품하는 생산라인이다. 최 대표는 “올해 상반기에 이어 8월에도 부분파업에 들어가니 제대로 납품이 될 리 없다”며 “파업 이후 납품 물량이 50% 이상 줄었다. 8월만 되면 항상 이런 일이 반복된다”고 토로했다. 기아차에 전량을 납품하고 있는 네오텍 광주공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한다.

네오텍의 올해 매출 예상액은 700억원. 2009년 쌍용 사태 당시 250억원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난 성과이다. 현대ㆍ기아차 납품이 원활했다면 이를 웃도는 매출도 가능했다. 최 대표는 “쌍용차와 현대ㆍ기아차를 보며 노사 상생이 얼마나 중요한지 협력업체가 더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며 “한편만 잘 살겠다고 하면 결국 모두 패자가 된다. 현대ㆍ기아차도 이 점을 꼭 명심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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