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국내 4대 정유사들이 사전 담합을 통해 국가안보와 직결된 국방비까지도 빼먹은 혐의가 확정됐다. 이들 정유사들은 국가에 끼친 손해배상금 1355억원을 물어내게 됐다.
국내 정유시장을 100% 장악한 채 군에 독과점으로 유류를 공급해오던 대기업의 불법행위에 철퇴가 가해진 셈이다.
방위사업청(방사청) 관계자는 26일 “군납유류 입찰 과정에서 5개 정유사의 사전담합으로 군용유류를 고가로 구매한 것에 대해 방사청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지 13년 만에 1355억원의 손해배상금을 국고로 환수받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7일 서울고법이 방사청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내린 화해권고 결정에 따른 것이다.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S-Oil, 그리고 옛 인천정유 등은 지난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간 군납유류 입찰에 참가하면서 입찰물량, 낙찰단가 등을 담합했다.
이들은 2000년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190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 과징금 부과와 별도로 방사청은 정유사들을 상대로 군납유류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담합에 따른 손해액 산정이 쉽지 않고 판례 등도 없어 13년이나 시간을 끌었다.
이 과정에서 정유사들은 국내 굴지의 대형로펌 변호인을 복수로 지정해 총력전을 펼치는가 하면 가격 산정 방법에 지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등 파렴치한 행태도 보였다.
방사청 관계자는 “끈질긴 소송 끝에 정유사의 입찰 담합행위뿐만 아니라 국가에 손해가 발생한 사실에 대해 명확히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권고결정은 담합으로 인해 국가의 손해배상액에 대한 엄격한 입증자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한 담합 행위시 국가가 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신대원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