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승완 기자] 불황속 전자업계가 성수기인 3~4분기를 맞이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하반기 승부가 시작됐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반도체, TV, 무선통신 등 주요 사업분야에서 유독 숫자 3과 관계가 깊은 변수들이 많아 관심이 모인다. 이른바 3의 승부다.

먼저 삼성전자의 주 수익원 가운데 하나인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최근 세계최초로 내놓은 ‘3차원 V낸드플래시(Vertical NAND) 칩’이 주목된다. 2차원 수평구조에 머물러 있던 낸드플래시에 3차원 수직 개념을 도입해 집적율과 정보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제품이다.

삼성전자 하반기…  ‘3’의 승부에 달렸다. -copy(o)1

최근 낸드 플래시 고정가격이 급락하는 등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V낸드의 등장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전체의 활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V낸드의 등장이 차세대 저장장치인 SSD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시장 수요를 빠르게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결과적으로는 삼성전자가 경쟁사들에 대비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기술격차를 1년정도 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평이다.

‘8년 연속 세계 1위’가 확실시되는 TV 시장에서도 ‘3의 승부’를 엿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차세대 주력제품인 55인치 OLED TV의 가격을 파격적으로 인하했다. 기존 1500만원에서 990만원으로 30%이상 낮췄다. 회사측은 “패널의 생산품질이 좋아지고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평판TV 시장의 27.7%를 점유하면서 역대 최고 점유율을 기록했었다. 올해는 30%선을 넘을지가 시장의 관심사다. 1위 자리를 위협할 만한 상대가 업는 독주체제지만, 최근 시장부진속에 중국과 미국계 중저가 업체들의 가격공세가 이어지고 있어,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상징적인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한방이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하반기…  ‘3’의 승부에 달렸다. -copy(o)1

OLED TV의 가격인하에는 이러한 상황을 돌파하고자 하는 삼성전자의 조기 시장 창출 의지가 담겨있다.

수직계열화의 완성도 이같은 결정을 가능케 했다. 지난 9일 제일모직이 독일의 OLED 소재 기업인 노바엘이디(Novaled)를 인수하면서, OLED 소재(제일모직) - 부품(삼성디스플레이) - 완제품(삼성전자)로 이뤄지는 ‘3각 구조’의 수직 계열화가 완성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가격경쟁력을 재고할 수 있든 여유가 더 생겼다.

디스플레이서치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17년 전 세계 TV시장의 11.7%는 OLED TV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규모도 올해 1억5000만 달러(1600억원) 수준에서 2017년에는 120억 달러(13조3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최대 수익원인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3은 의미있는 숫자다. 올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연간 판매 목표량은 3억대다. 시장조사기관 SA(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6940만대, 2분기 7200만대로 상반기 1억41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연간목표 3억대의 절반에 다소 못미치는 수준이다. 시장조사기관이나 투자금융계에서는 당초 2분기 당초 8000만대 판매를 기대했지만 갤럭시 S4 출시 이후 수요 감소로 목표에 다소 미달했다.

삼성전자 하반기…  ‘3’의 승부에 달렸다. -copy(o)1

시장의 의심과 우려가 높은 만큼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반드시 3억대 판매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물론 성수기인 3~4분기에 상대적으로 스마트폰의 판매가 늘어나는 만큼 목표 달성가능성은 적지 않다.

특히 이과정에서 내달초 글로벌 공개될 ‘갤럭시노트3’의 역할이 중요하다. 갤럭시노트3는 업계 최초로 3GB D램을 장착한 것으로 관측되는 등 역대 최고 스펙의 제품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중저가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프리미엄, 대화면 제품의 정확한 시장 수요를 타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내달초 발표가 예상되는 새 아이폰과 LG가 사운걸고 최근 내놓은 전략프리미엄폰 G2와 치열한 3자승부를 벌여야 된다는 점도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