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문제도 미국은 리콜, 한국은 무상수리 전례

“미국에서라면 이랬겠어요?”

최근 논란이 되고있는 현대 싼타페 누수 현상을 두고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한 얘기 가운데 하나다. 소비자들이 현대차를 불신하게 되는 주된 이유가 바로 이 ‘국내 고객 홀대’ 문제다. 소비자들은 차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현대차가 미국 등 해외에선 신속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리콜을 하면서도, 국내에선 무상수리로 어물쩍 넘어가려 든다는 ‘피해 의식’을 보이고 있다고 한겨레가 보도했다.

현대차는 “리콜 관련 법 규정이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하지만, ‘위험’의 강도가 나라마다 달라질 리 만무하다는 게 소비자들의 중론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도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해외에서 리콜한 차종이라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국내에서도 리콜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소비자 불신은 일정 부분 현대차의 일관되지 않은 대처 방식에서 비롯되는 측면도 있다. 소비자들은 현대차가 “안전상의 문제가 없다”면서도 미국에선 리콜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브레이크등의 전자적 결함 등으로 미국에서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등 13개 차종 187만대를 리콜 했던 게 대표적 예다. 현대차는 당시 ‘안전 문제는 아니지만 고객 만족을 위해 자발적인 선제적 대응을 한 것’임을 강조했다. 현대차는 그날 국내에 판매된 동일 차량에 대해서는 리콜이 아닌 무상수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전자제어장치 관련 결함은 무조건 리콜하도록 돼 있는 미국과는 달리 국내에선 해당 결함이 리콜 대상이 아니라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현대차의 브랜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현대차는 “국내에서도 16만대를 리콜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현대차의 이번 공식 사과와 보증기간 연장 발표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은 미국에서와 달리 ‘뒤늦은 립서비스’라고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처음 문제가 제기된 시점으로부터는 반년여, 단발성 불량이 아닐 가능성을 파악한 시점으로부터는 두어달 만에 나온 대책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언론을 통해 문제가 일파만파로 확산된 뒤였고, 그나마도 무상수리에 대한 반발과 부실 수리 논란 등 우여곡절을 다 겪은 뒤였다.

이는 “품질 및 안전과는 상관 없는 단순 표기 오류”라고 했던, 지난해 북미 ‘연비 과장 논란’ 때의 대처와도 비교된다. 당시 현대차는 미국 환경보호청이 현대차의 연비를 하향한다는 결과를 발표한 날 곧장 사과와 보상 방법을 공식 발표했다. 이틀 뒤엔 <뉴욕타임스> 등 미국 주요 언론 매체에 연비 오류에 대한 사과 광고까지 게재했다. 하지만 이번 싼타페 누수의 경우, 한 장짜리 보도자료를 낸 게 끝이었다. 물론 보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