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허연회 기자] “당신의 재능을 파세요.”
온라인에서 재능을 사고 팔 수 있는 사이트가 있다. ‘크몽’(www.kmong.com)이라는 사이트다. 지식이나 서비스 등을 거래하는 크몽은 쉽게 말해 눈에 보이지 않는 재능을 거래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사고 판다면, 크몽에서는 재능을 사고 판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박현호(36) 사장은 ‘재능도 쇼핑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물음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1998년 창업 후 10년 동안 엎어지기를 수차례 반복했던 박 사장. 그는 자포자기 상태에서 지리산 밑에 있는 고향집으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박 사장은 자신의 실패 이유에 대해 고민을 했다.
그 결과 박 사장은 “빨리 뭔가를 만들어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어요. 대부분 성공한 사업자들이 우연히 만들어 사업화돼 성공했는데, 저는 성공을 위해 뭔가를 만들었지요. 그러다 보니 저에게 필요한 것만 만들었죠. 그게 가장 큰 실패 요인이더군요”라고 말했다.
단국대학교 컴퓨터 공학과를 중퇴하고 무작정 사업을 시작한 터라 그의 조급함이 심해졌고, 그때마다 내놓은 사업 아이템은 번번이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이후 고향집으로 돌아가, 어머니가 차려주는 밥을 먹고 지리산 공기를 쐬며 편안한 마음으로 사업아이템을 고민하다 내놓은 게 바로 크몽이었다.
박 사장은 일단 각 개인이 갖고 있는 다양한 재능을 ‘가격화’했다. 아무리 좋은 재능이라 하더라도, 가격이 매겨져 있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재능을 선택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 때문에 박 사장은 각 재능에 얼마, 얼마의 가격을 매겨놨다.
일례로 기업 CI나 BI를 만들어주는데 1만원, 로고 만들어 주는데 5000원 등이다.
이런 식으로 모닝콜을 해주는 재능, 욕들어 주는 재능도 있다. 아침에 모닝콜 해주고 얼마를 받고, 욕을 들어주고 돈을 받는 재능도 있다. 얼마 전에는 한 기업이 한 개인의 웹툰 제작 재능을 500만원에 사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크몽에는 현재 5300여개의 재능이 거래 대기 중에 있다. 지난 2011년 6월 크몽 사이트 오픈 이후 모두 3만6000여건의 재능이 거래됐다.
가입자, 접속자, 거래자 등은 꾸준히 늘고 있어 최근에는 하루 5000여명이 접속해 200여건의 재능이 거래되고 있다.
재능 거래 금액의 20%를 수수료로 떼고 있는 크몽. 이 수수료가 크몽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박 사장은 “처음에는 가볍게 웃고 즐기며 재능을 거래하는 사이트였지만, 이제는 전문가들도 찾아오고, 재능을 사려는 이들도 신뢰할 수 있는 그런 재능 거래 사이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재능을 좀 더 세부화시켜 전문가들을 섭외해 재능 거래를 더욱 활성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