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연 기자]현대ㆍ기아차가 ‘글로벌 규제 리스크’라는 암초 때문에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대규모 연비 사태, 프랑스의 반덤핑 제소 검토, 러시아와 브라질의 세금 폭탄에 이어 최근 중국의 전방위적인 신차등록 제한까지 세계 각국이 자국의 자동차 산업과 환경을 보호 하기 위한 각종 규제(?) 조치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자동차제조협회(CAAM)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기존 베이징과 상하이 등 4개 도시에서 시행하던 신차 구매 제한조치를 8개 도시를 더해 12개 도시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협회측은 중국내 자동차 수요가 연간 판매의 약 2%(40만대)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연히 중국 판매 비중이 높은 현대ㆍ기아차에게는 악재일 수 있다. 현대ㆍ기아차의 전체 판매에서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16.61%에서 올해 상반기 20.56%로 높아진 상태다. 현대ㆍ기아차는 올해 상반기 78만7308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약 32.57% 성장했다. 같은 기간 현대ㆍ기아차의 글로벌 전체 판매가 7.08% 증가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의 성장률이 약 4배 이상 가파르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중국 전체 자동차 시장 판매가 소폭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함에 따라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지금까지 베이징과 상하이 등 신차 구매를 제한하고 있는 지역에서 현대ㆍ기아차의 판매가 오히려 증가세를 나타냈기 때문에 이번 조치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중국 소비자들이 판매 금지 조치가 있는 대도시를 피해 다른 지역에서 등록해 운행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중국 처럼 환경 보호를 일괄 규제도 있지만, 자국의 자동차 산업을 위한 각국의 노골적인 보호무역 조치들도 상당하다.

브라질은 지난 해 자국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수입차에 대한 공업세(IPI)를 차량 가격의 30%까지 올린 바 있다. 이에 현대차는 작년 11월 연간 최대 15만대 생산이 가능한 현지 공장 건립하며 생산량을 회복해 가고 있으나, 현지 공장이 없는 기아차는 세금 폭탄에 올해 상반기 판매(브라질딜러연합회 기준)가 1만5203대로 전년(2만2060대) 동기 대비 31.1% 급감했다.

러시아 정부도 자국 산업의 현대화를 위해 기계ㆍ설비류에 대해선 낮은 관세를 적용하고 있으나, 완제품인 자동차에 대해선 높은 수준의 관세율을 매기고 있다. WTO가입이 확정된 이후인 지난해 6월에도 수입차에 대한 환경부담금 성격의 사용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해 논란이 됐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EU 통상당국에 현대차와 기아차의 덤핑 여부 조사 및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조항 적용 검토를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 현대차와 기아차의 수출 비중(나머진 유럽 현지 생산)이 각각 10%, 40%라는 것을 감안하면 지나친 보호무역 조치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해 미국에서 문제가 됐던 컨슈머리포트발 현대ㆍ기아차의 대규모 연비 과장 사태 역시 국산차가 일본차 및 미국차에 비해 연비 오차(실제연비-표기연비)가 적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지만 결국 피해는 국산차가 가장 컸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ㆍ기아차가 현지 생산 체제를 강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국산차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