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연 기자]내수 침체에 따른 자동차 판매 감소가 현대ㆍ기아차의 직영점과 대리점간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비슷한 명함, 같은 브로셔’를 들고 동일한 차를 팔고 있지만, 본사 소속이자 노조원으로서 임금을 받는 직영점과 판매를 대행하며 인센티브가 주수익원인 대리점은 그동안 서로 다른 입장에서 경쟁해왔다. 하지만 최근 판매가 줄면서 직영점들은 “대리점들이 정가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고 눈을 흘기고 있고, 대리점들은 “(본사가) 직영점과 대리점을 차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직영점 직원들로 구성된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판매위원회(이하 영업사원 노조)는 올해 단체교섭 별도 요구안으로 ‘정가판매 관련 대고객 의식전환을 위한 언론(라디오, TV, 신문 등) 광고 홍보 정례화 건’을 들고 나왔다. 지난 8일 열린 단체 교섭 조합원 출정식에서도 “별도 요구안은 판매현장의 생존을 담고 있는 절박한 현안”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영업사원 노조가 정가판매를 거듭 주장하고 나선 이유는 일부 대리점들의 할인 판매와 실적 수수(인터넷 및 별도 판매 실적 수령)가 최근 직영점들의 판매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 노조는 또한 회사측도 겉으로는 정가판매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일부 대리점들의 편법을 눈감아주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1년 3월 모든 지점, 대리점에서 동일한 가격에 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직원 간 과다 출혈경쟁을 막아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정가판매제’를 선언했다. 지난 5월에는 노사합의서 채택을 통해 편법판매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 등을 마련한 상태다.

반면 대리점들은 ▷판매 목표 ▷인력 채용 ▷정가 판매 위반에 따른 처벌 등에서 본사가 대리점을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전국대리점협회에 따르면 기아차 본사는 대리점 영업사원 숫자를 제한, 영업인력 추가 채용을 여전히 막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결원이 생겨도 본사 지역본부에서 사실상 채용 여부를 결정한다. 또한 대리점이 타사 출신 영업인력을 뽑으려고 해도 본사는 6개월의 의무 대기 기간을 부여하고 있다. 대리점협의회 관계자는 “직영점과 달리 대리점은 관계사 및 농협, 그리고 공공기관 판매도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직영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판매 목표도 대리점들이 지적하는 부분이다. 본사측은 “직영점에 비해 (대리점의) 판매량이 많다 보니 목표가 높아 보인다”는 입장이나, 대리점들은 “목표 자체를 회사가 사실상 일방적으로 정하고 이를 독려하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기아차 대리점들은 이미 지난해 본사가 직영점과 대리점을 차별하고 있다며 공정위에 고발한 상태다.

현대차도 대리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부 대리점 관계자들은 최근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으로 몰려와 집회를 열기도 했다. 노조의 눈치 때문에 직영점은 과다 할인판매가 적발되더라도 경고 등 경징계에 그치지만, 대리점은 사실상 판매 금지인 코드 삭제 등의 중징계까지 내리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한 직영점은 고객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할부금융사를 이용하는 반면, 대리점은 사실상의 출고 지연(?) 등을 피하기 위해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을 주로 활용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말 특근 중단과 고객 수요 감소로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내수 판매(상용차 제외)가 작년 동기 보다 0.8%, 기아차는 5.3% 줄었다. 또한 일부 판매점 조정 등이 반영되긴 했지만 2~3년 전에 비해 최근 현대차 직영점은 1곳, 대리점은 12곳 감소했다. 기아차는 최근 2년동안 직영점은 14곳 늘었으나 대리점은 1곳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