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 통해 사업하기 쉽고 “손 씻었다” 보여주기 의미도

지난 3일 경쟁조직에 의해 납치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범서방파 행동대장 출신 나모(48) 씨가 운영하는 고깃집. 서울 강남구 청담동 사거리에 위치한 이 음식점은 등심 1인분에 4만~5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음식점이다. 지난 13일 헤럴드경제가 방문한 이곳은 점심시간을 맞아 식사를 하고 있는 손님들로 빈자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가게 한 편에는 나 씨와 함께 사진을 찍고 사인을 남긴 유명인들의 흔적이 빼곡히 차있었다. 손님들에게 이 가게에 대해 묻자 “연예인들의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혹시 주인 나 씨의 조폭설에 대해 알고 있냐는 질문에는 “전혀 모른다. 유명한 조폭이냐”며 관심없다는 반응이었다.

부산의 한 대형 한우전문점의 사장도 왕년의 유명 조폭이다. 부산의 양대 조직이던 21세기파 출신의 중간보스급 김모(46) 씨가 운영하는 이곳은 수백평 규모에 하루 매출만 1000만원이 넘는다. 김 씨는 지난 90년대 말 조직 활동에서 물러나며 이 가게를 차렸다.

서울 강북구에 있는 대형 고깃집 역시 조폭 출신 사장님이 운영하는 것으로 일대에 유명하다. 좋은 고기와 함께 음식맛이 좋아 손님이 끊이지 않지만, 구민들은 “그동안 나쁜 짓 해 번 돈으로 이런 대형 음식점을 차렸다는 점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조폭 출신이 고깃집이나 일식집 등 요식업에 진출하고 있다. 과거에는 조직 활동에서 손을 떼더라도 불법오락실, 룸살롱 등 유흥 관련 사업체를 넘겨받거나 차렸지만 최근에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운영하는 것.

조폭 관련 업무경력 20년의 한 강력팀장은 조폭들이 요식업에 종사하는 이유로 “지인이나 유명인을 통해 유명세를 얻어 쉽게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 관계자는 또 “누가 봐도 (조폭 출신)티가 나는 사업보다는 건전하고 합법적 사업체를 운영함으로써 자신이 깨끗하게 손을 씻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요식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