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

2심 유죄…벌금 80만원

대법서 2심 판결 확정

사적인 ‘양육비 미지급 신상공개’ 명예훼손…유죄 확정
지난 2020년 10월, 1심 선고 후 취재진 앞에 선 강민서 양육비해결모임 대표.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양육비를 주지 않은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한 ‘배드페어런츠(Bad Parents·나쁜 부모들)’ 사이트 운영자가 명예훼손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았다. 비슷한 단체인 ‘배드파더스’ 운영자가 지난 1월 같은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데 이어 이번에도 유죄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신숙희)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를 받은 강민서 양육비 해결 모임 대표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2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강씨가 피해자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피해자에게 충분한 소명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강씨는 2018년부터 ‘배드페어런츠’ 홈페이즈를 만들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강씨는 양육비를 20년간 지급하지 않은 남성의 얼굴과 이름 등을 공개하며 ‘다른 가족 명의로 사업, 하지만 양육비 줄 돈 없는 파렴치한’ 등의 표현을 쓴 혐의를 받았다.

1심은 무죄였다.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피해를 강조했고, 사적인 감정을 찾아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1심을 맡은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부장 유창훈)은 2020년 10월,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강씨가 게시 이전에 게시글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진 않았지만 향후 아내 측에서 제출한 자료들, 자녀가 1인 피켓 시위를 하는 사진, 양육비 지급을 명한 판결문과 양육비 미지급에 따른 고충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강씨는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피해를 강조했고, 고소인에 대한 분노나 사적인 감정을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무죄를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2심에선 유죄로 판결이 뒤집혔다. 벌금 80만원이었다. 2심을 맡은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3부(부장 정계선)는 2021년 6월, 이같이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강씨의 행위로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생겼다고 해도 게시글의 주된 목적이 공개적 비방에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며 “인터넷 공간에서의 신상정보는 전파성이 매우 강하고 명예 침해 정도 등을 고려했을 때 피해자의 불이익이 크다”고 했다.

이어 “(신상공개로 문제가 된 피해자의) 자녀들이 모두 성년이 된 지 오래돼 긴급하게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강제할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며 “게시글 내용이 공격적이고 원색적”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원심(2심) 판결에 대해 수긍하며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강씨가 피해자의 신상을 공개하며 사실확인 절차를 거치거나, 피해자에게 충분한 소명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2021년 1월 양육비이행법의 개정으로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 명단 공개 제도가 도입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지난 1월에도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본창씨에게 비슷한 이유로 유죄를 확정했다. 당시 대법원은 “배드파더스가 양육비 미지급 문제에 대한 여론 형성에 기여했다”면서도 “사적 제재에 가깝다”고 봤다.

한편 지금은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이 공적인 절차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이 공개하는 양육비 채무자 명단엔 이름과 생년월일, 직업, 근무지, 양육비 채무 불이행 기간, 채무금액 등 6개 항목이 나온다. 얼굴 사진은 공개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