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지난 한해는 ‘Y2K(Year 2000)’ 패션이 거리를 휩쓸었다. 여름에는 크고 헐렁한 골반 바지와 크롭티, 겨울에는 어그부츠와 레그워머 등 2000년대 초반 유행하던 아이템이 20년만에 다시 돌아왔다.
올해 역시 주요 패션 브랜드의 2023 봄·여름(SS) 패션쇼에서 카고바지, 데님이 등장하면서 Y2K 물결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7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막을 내린 2023 SS 4대 글로벌 패션위크에서 주요 브랜드들은 카고 바지를 선보였다. 카고 바지는 과거 군복이나 작업복으로 활용된 바지로, 수납이 용이하도록 헐렁하고 많은 주머니가 특징이다. 1990년~2000년대에 이효리를 비롯해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탱크톱과 매치해 인기를 끌었지만 스키니진의 등장으로 ‘세기말 패션’ 취급을 받았다.
올해 카고 팬츠는 더욱 커진 주머니로 돌아왔다. 이른바 ‘빅포켓’으로 카고 바지뿐 아니라 상의, 조끼, 치마에서도 커다란 주머니가 등장했다.
청바지, 청재킷에 이어 청치마까지 ‘청청 패션’도 눈에 띈다. 복학생 패션이라 놀림 받던 데님의 화려한 귀환이다. 데님 트렌치코트와 원피스 등 데님 아이템도 더욱 다양해졌다. 지난해 초부터 X세대가 1990년대에 즐겨 입던 청바지 브랜드가 열풍을 일으킨게 유행의 시작이었다. 지난 봄에는 리바이스가 인기를 끌었고, 미국 데님 브랜드 랭글러까지 국내에 상륙했다. 말발굽 로고로 2000년대에 이름을 날린 청바지 브랜드 트루린리전도 Y2K 패션 인기에 국내에 4년만에 다시 돌아왔다.
2023년 패션은 지난해 Y2K 패션과 큰 흐름에서 같이하지만 패피(패션 피플)들을 긴장하게 하는 아이템도 등장했다. 바로 스키니진이다. 프라다, 셀린느 등이 2023 SS 런웨이에서 다리에 딱 붙는 스키니진이 나타났다. 지난 몇 년 간 유행하던 와이드 팬츠의 시대는 저물고 스키니진이 다시 부상하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새해에는 어쩌면 Y2K의 절정을 지나 다시 밀레니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이 패션 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2021년 글로벌 Z세인 ‘젠지(Generation Z)’가 밀레니얼 세대의 스키니진 반대(No Skinny Jeans) 운동을 주도한지 2년도 채 안 되어 유행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이들은 사회관계서비스망 틱톡에서 스키니진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스키니진을 불태우고, 가위로 찢고, 오리는 영상을 올리는 스키니진 반대 챌린지를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