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체험, 휴대성 갖추면 성능 떨어지고

고성능 챙기면 무거운 노트북 짊어져야

휴대폰·VR기기 콘텐츠 무선 전송 기술

보정시간 0.02초로 단축...이용 몰입도 높여

보정 기술로만 韓·美·中·日 14개 특허 보유

석굴암·불국사 등 가상공간 ... 동시 10명 관람

아이돌 ‘엑소’ 콘텐츠 ...서비스 3일만 20만 접속

K-POP 콘텐츠 제작·게임 등 분야 확장할 것

‘흔들림 없는’ 온에어VR...폰으로 실감나게 [미래산업플러스-‘클릭트’ 하이퀄리티 메타버스]
LG유플러스와 클릭트가 협업해 선보인 아이돌그룹 ‘엑소(EXO)’의 메타버스 전시관. [엑소 온라인 전시관 캡처]
‘흔들림 없는’ 온에어VR...폰으로 실감나게 [미래산업플러스-‘클릭트’ 하이퀄리티 메타버스]
정덕영 클릭트 대표와 직원이 제주 용머리 해안을 고품질 메타버스 공간으로 제작하는 모습. 드론으로 수천장의 사진을 찍어 모델링 데이터를 추출하고 있다. [클릭트 제공]
‘흔들림 없는’ 온에어VR...폰으로 실감나게 [미래산업플러스-‘클릭트’ 하이퀄리티 메타버스]
정덕영 클릭트 대표

“휴대폰으로도 언제 어디서든 고품질의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콘텐츠를 메타버스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정덕영 클릭트 대표는 본지와 인터뷰서 이같이 말했다. 클릭트는 실시간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스트리밍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모바일에서 콘텐츠를 PC 수준의 화질로 구현하는 것이 주요 경쟁력이다. 기존 모바일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기기와 PC 간 가상세계의 품질 격차를 없앤 것이다.

최근 LG유플러스 5G(세대) 기반으로 아이돌 그룹 ‘엑소’를 가상세계에 구현해 높은 주목을 받았다. VR 기기 없이 휴대폰만으로 체험할 수 있어 3일 만에 20만 명이 몰렸다. 메타버스가 새로운 콘텐츠 소비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고품질 가상세계를 향한 요구도 커지고 있어 클릭트 등과 같은 메타버스 기술 기업이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거운 노트북 없이도 고품질 메타버스”=클릭트는 컴퓨터 그래픽 전문 디자이너들과 비디오 압축, 네트워크 분야의 엔지니어들이 모여 2013년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정덕영 대표는 처음부터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들지 않았다. 디지털 기반 옥외 광고인 디지털 사이니지 콘텐츠 제작회사로 시작했다. 2014년 일본 미토 예술 전시관에서 진행된 VR체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메타버스로 눈을 돌린 계기가 됐다.

당시 프로젝트는 30m 거리를 이용자들이 VR기기를 착용한 채 걸으면서 가상의 숲속을 체험하는 구성이었다. 그러나 VR기기를 PC에 연결해 장거리를 이동하는 데 제약이 따랐다. 당시 휴대성을 갖춘 모바일 기반 VR·AR 기기가 있었지만 성능이 PC 대비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정 대표는 “당시 관람객들이 VR기기에 연결된 5㎏ 무게의 노트북을 어깨에 짊어지고 움직여야 했다”며 “무선 기술 개발을 떠올린 계기”라고 말했다.

이후 이하람 최고기술경영자(CTO)를 필두로 1년 여간 개발에 매진해 탄생한 기술이 클릭트의 ‘온에어VR’이다. PC로 구현하는 고품질 VR·AR 그래픽을 동영상으로 실시간 변환해 휴대폰, VR 기기 등으로 무선 전송하는 기술이다.

고성능이 필요한 메타버스 콘텐츠를 유선 케이블 없이 무선으로 즐길 수 있는데다, 한 대의 PC로 여러 대의 VR기기, 휴대폰에 동시 구현도 가능하다. 정 대표는 “현재 PC 1대에 기기 2개를 연결하지만, 그래픽 카드 종류에 따라서 그 이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교한 메타버스 구현을 좌우하는 핵심은 이용자들에게 얼마나 몰입감을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렸다. 가상공간이 눈앞에 펼쳐지는 속도가 지연될수록 이를 방해한다.

클릭트가 보유한 ‘네트워크 기반 비동기 타임워프’는 흔들림 없는 가상공간에 머문다는 느낌을 주는 ‘보정’기술이다. 정 대표는 “현재 영상 처리속도는 0.06초 수준이지만 가상공간에서는 너무나 긴 시간”이라면서 “보정을 통해 이용자 체감을 0.02초로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클릭트는 이 같은 보정 기술로 국내를 비롯한 미국, 중국, 일본에 14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문화재·공연·KPOP·게임 등 5G와 시너지=클릭트는 기존 메타버스 수준을 넘어선 ‘하이퀄리티 메타버스’를 지향한다. 정 대표는 “언제 어디서나 이동하면서 PC수준의 고품질 메타버스를 즐길 수 있고, 친구와 동시에 체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클릭트는 섬세한 작업이 필요한 문화재 메타버스 구현 작업에 다수 참여했다.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반가사유상, 석굴암, 불국사, 첨성대, 백제금동대향로 등 문화재를 가상공간으로 제작했다. 동시 10명이 접속해 가상세계에서 함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질감과 굴곡 등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았지만 더 큰 특징은 현실과 다른 구성이 더해졌다는 점이다. 가령 백제금동대향로를 구현한 메타버스에는 지하 공간을 추가해 건물 높이의 확대된 유물을 관찰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현재 제작 중인 제주 용머리 해안은 메타버스를 통해 비공개 공간도 선보일 예정이다. 정 대표는 “메타버스는 평소 체험하지 못했던 현실보다 더 독특한 느낌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 고증에 머물지 않고 현실에 없는 구성을 추가하기 위해 직원 절반이 기획 등을 담당하는 디자이너로 구성됐다.

지난 6월에는 LG유플러스와 협업해 아이돌 그룹 ‘엑소’ 가상공간을 선보였다. 휴대폰으로 6곳의 가상 공간을 구석구석 다니면서 콘텐츠를 체험, 서비스 3일 만에 20만명이 접속했다. 향후 LG유플러스와 KPOP 콘텐츠를 추가 제작할 예정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주춤했지만 최근 메타버스 시장이 본격화 하면서 메타버스 원조 격인 게임 분야를 포함한 전 콘텐츠 분야로 확장 가능하다고 정 대표는 밝혔다.

이 과정에서 5세대(G)와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정 대표는 “(우리 기술로)체감 속도를 낮출 수 있지만 결국 영상 속도 자체는 네트워크 속도와 관련된다”며 “5G 라우터가 나오는 등 향후 5G와 붙게 되면 엄청난 폭발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