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정세균 국무총리의 대권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정치권에서 개각설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친문 표심의 향방과 그의 대중적 지지가 대권 가도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총리는 전날 방송 특별대담에서 대권 도전 의사를 묻는 질문에 "지금 저의 책무가 무겁고 그 일을 제대로 감당하기에도 바쁘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내년 3월에 어떤 말을 할 시간이 다가올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그때 보시죠"라며 묘한 여지를 남겼다.
그는 같은 날 취임 300일 간담회에서도 미국 대선 결과를 언급하며 "조 바이든을 선택한 미국 국민들의 시대정신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과 실용의 가치를 강조한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평소 정 총리의 강점으로 알려진 협치와 갈등 조정 능력을 강조하며 대권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는 정 총리의 최근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그는 최근 정책 자문을 위한 특별보좌관·자문위원단(이하 특보단)을 구성한데 이어 호남 출신으로서 영남 지역을 연달아 방문했다. 이른바 정세균계 의원들을 주축으로 하는 '광화문포럼'도 활동을 본격화했다. 사실상 대권행보에 시동을 걸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정 총리가 대권행보에 본격 나서려면 무엇보다 개각이 필수적이다. 정치권에선 내년 1~2월 개각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는 4월 재보궐 선거를 감안한 것이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재보궐 선거 준비가 본격화되기 전인 1~2월 쯤 개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재보궐 선거에 임박해서 개각이 이뤄지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코로나19 정국 속에서 총리 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의원은 "정 총리가 총리로 취임한 지 1년 채 되지 않았는데 또 교체한다는 게 쉽지 않을 뿐더러 코로나19 상황이 계속 되고 있기 때문에 (총리 교체는) 더욱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총리가 개각을 통해 자유의 몸이 되더라도 탄탄한 대권가도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최대 계파인 친문 표심을 잡아야 한다. 현재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2심 판결에 낙담한 친문 세력은 은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양강 구도 속에서 관망세를 취하고 있다.
대중 지지도도 필수적이다. 당 내 세력이 받쳐주더라도 대중적 지지가 부족하면 대권주자로 발돋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20% 중반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이 대표와 이 지사와 달리 정 총리는 2%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선 전망이 엇갈린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양강 구도가 확실하게 굳어진 상황에서 정 총리가 총리직에서 내려온다고 해도 단숨에 지지도를 높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다른 민주당 의원은 "비록 낮은 대중적 지지도가 약점으로 꼽혀왔지만 올해 코로나 사태 속에서 안정적인 리더십을 부각하고 대중 인지도를 크게 높인 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