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명품 리폼, 합법일까 불법일까

최근 오래된 물건을 재활용해 재탄생시키는 리폼, 커스텀과 업사이클링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늘고 있다. 이는 개인의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고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진정 상품, 특히 명품을 개조해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으로 제작하고 판매하는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명품 리폼을 사업으로 영위할 시 상표법상 금지되는 상표권 침해행위에 해당해 민형사상의 책임을 질 수 있다. 명품 제품의 리폼은 단순히 낡은 제품을 수선하고 복원하는 것이 아닌 유행이 지난 제품의 원단 및 부품을 개조·교체해 새 디자인의 제품으로 제작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리폼 또는 커스텀은 본래 상품의 동일성을 해하는 가공 또는 수선행위에 해당하므로 상표법상 금지되는 행위임을 보여주는 판례도 다수 있다. 실제 한국 대법원은 지난 2003년 이미 수명을 다한 1회용 카메라의 빈 용기를 수집한 뒤 그 용기에 다른 필름을 갈아 끼워 판매한 행위에 대해 상표권자의 허락하에 제조·판매된 진정 상품이라도 원래 형태와 동일성을 해할 정도로 가공·수선하는 것은 상표권 침해행위라고 판단했다.

해외 판례도 상표법상 금지되는 행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법원은 유명 브랜드 시계를 고객의 주문에 맞춰 베젤(bezel), 문자판, 시계줄을 교체하거나 다이아몬드를 문자판에 삽입하는 등으로 개조해 판매한 행위가 상표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일본 법원도 유명 브랜드 골프클럽의 샤프트 부분만 제3자가 제조한 것으로 교체해 판매한 행위가 상표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최근 유행하는 명품 가방 리폼의 구체적 방법을 살펴보면 리폼업자는 고객으로부터 낡거나 유행이 지난 명품 가방을 제공받은 후 분해해 사용이 가능한 원단 및 부품에 리폼을 위해 필요한 새로운 원단 및 부품을 더해 전혀 다른 형태의 가방(주로, 동일 브랜드의 최신 유행 모델의 디자인)을 제작한다. 그러나 가방은 동일 브랜드의 제품이라 할지라도 모델별로 사용되는 부품이 다르고, 정품 부품은 별도 유통되지 않아 리폼 시 사용된 부품은 외관상 정품과 유사해 보일지라도 해당 브랜드의 상표를 무단으로 사용한 위조품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비록 리폼업자가 진정 상품과 유사한 품질의 원단 및 부품을 사용했거나 나름의 제조기술이 있더라도 리폼제품은 명품 브랜드의 엄격한 품질관리 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품질관리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에 이미 진정 상품과 동일성을 상실해 진정 상품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러한 위조 원단 및 부품이 사용된 리폼제품이 마치 정품인 것처럼 중고시장 등에 유통된다면 이를 정품으로 오인하고 구매한 일반수요자도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표권자의 명성과 신뢰가 크게 훼손될 위험이 있다.

대가를 받고 리폼업 및 커스텀업을 영위하는 것은 타인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불법행위인데도 이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부족하다. 진정상품을 리폼·커스텀해 판매 및 유통하는 것은 앞선 국내 대법원 판례와 같이 상표법 위반에 해당해 형사책임 과 상표권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크리스토프 하이더 주한 유럽상공회의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