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카메라의 몰락…‘일본산’ 니콘, ‘태국산’ 된다!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일본 카메라의 몰락, 어디까지?…‘메이드 인 재팬’ 니콘 카메라, ‘메이드 인 타일랜드’ 된다”

‘캐논’과 함께 일본 카메라의 ‘자존심’으로 꼽히는 ‘니콘’이 더이상 카메라 바디를 일본 현지에서 생산하지 않는다. 캐논도 최근 아시아 지역을 벗어난 첫 해외 생산 기지인 브라질 카메라 공장을 폐쇄키로 결정했다.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디지털카메라 못지 않게 향상되며 일본 카메라 업계가 직격타를 맞고 있다.

9일 외신 등에 따르면 니콘은 올해 말까지만 일본에서 카메라 바디를 생산할 예정이다.

현재 일본 미야기현 공장에서 생산 중인 카메라 바디를 연말부터 태국의 주요 생산 공장으로 이전한단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용 탈착식 렌즈 부품을 가공하는 야마가타 현과 후쿠시마 현에 있는 2개 공장도 폐쇄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미야기현 공장이 문을 닫으면 사실상 일본 내 카메라 생산량은 ‘0’이 된다. 최상위 모델 ‘D6’를 제외한 다른 모델은 전부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니콘과 함께 일본 카메라의 자존심으로 알려진 일본 시장 1위 캐논도 다음달 중 브라질 북부 아리조나스주 마나우스 자유무역지대에 있는 카메라 생산공장을 폐쇄한다. 해당 공장은 아시아 지역에서 벗어난 캐논의 첫 해외 공장이었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 수요가 급감하며 더는 현지에서 물량을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

日 카메라의 몰락…‘일본산’ 니콘, ‘태국산’ 된다!
[헤럴드DB]

업계에선 일본 카메라 업계의 몰락이 예견된 일이라 보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카메라 출하량은 지난 2010년을 기점으로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스마트폰이 본격화된 시기와 공교롭게도 맞물린다.

일본 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CIPA)에 따르면 1999년 500만대에 달했던 디지털카메라 출하량은 2010년 1억2146대로 정점을 찍었지만, ▷2015년 3539만대 ▷2019년 1486만대로 줄어들더니 지난해엔 2020년 889만대로 1000만대 이하까지 떨어졌다. 휴대성 높은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향상되며 소비자들이 더이상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다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서다.

그 사이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은 대폭 향상돼 지난해 1억 화소 카메라가 출시된 데 이어 내년엔 2억화소 카메라까지 등장할 전망이다.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샤오미가 발빠르게 2억 화소 이미지 센서를 장착한 스마트폰을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22 울트라’에 2억 화소 카메라를 탑재할 예정이다. 샤오미는 이보다 먼저 2억 화소 폰카를 상용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이미지 센서를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업계에선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 수요가 급감한 것도 카메라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단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