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8회 베니스비엔날레 사전 개막 루고프 총감독 큐레이팅전시 첫작품 조지 콘도의 대형 회화 ‘더블 엘비스’ 美·北정상 연상…국제정치 단면 담아

“비엔날레 문법 어디갔나” 끓는 베니스

[베니스(이탈리아)=이한빛 기자] 동시대 우리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이슈는 ‘트럼프와 김정은’인 것일까.

‘흥미로운 시대를 살아가기를(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이라는 주제아래 지난 7일 미디어와 VIP를 대상으로 사전개막에 돌입한 제 58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은 동시대 작가 중 가장 비싼 축에 속하는 조지 콘도의 대형 회화 ‘더블 엘비스(Double Elvis)’로 시작한다. 서로 닮은 두 명의 미치광이가 술병을 들고 건배를 하는 듯한 장면이 담겼다.

1963년 앤디워홀의 동명작품을 떠올리게도 하는 이 작품은 평화로운 제스처와 달리 긴장감이 팽팽하게 터질 듯 서로 충돌한다. 불과 두어 해 전 누구의 핵 단추가 더큰지 경쟁하다 비핵화를 타결하기 위해 급격하게 밀당에 돌입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상된다. 총감독을 맡은 랄프 루고프(Ralf Rugoff)가 선택한 이시대의 가장 ‘흥미로운’ 장면이다.

총감독이 직접 디렉팅해서 보여준 이시대의 ‘흥미로움’은 다양했다. 정말 즐겁고 재미있는 ‘흥미’보다는 동시대의 가장 큰 이슈에 가깝다. 아르세날레 전시장과 자르디니 이탈리아관에서 펼쳐진 본전시에 참여한 79명의 작가들은 난민, 젠더, 장애인, 미국 패권주의, 환경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말한다. 하나같이 우리 삶과 너무 밀접한 이슈들이다.

전달 방식은 대담했다. 형식의 변화가 도드라졌다. 비단 작가에게만 해당되지 않았다는 것이 올해의 특이점이다. 루고프 총감독은 사회 비판적이고 전복적인, 거칠고 날 것 그대로의 대안적 장인 ‘비엔날레’의 문법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시장에서 유명한 작가를 서슴치 않고 기용했고, 흑인미술가들이 주류로 등극한 최근의 흐름도 가감없이 반영했다. 미술의 흐름을 미리 가늠할 수 있는 발롱 데세의 장이 아니라 ‘지금’을 충실히 담아냈다. VR이나 인터렉티브 등 최신 IT기술을 활용한 작품도 전면에 배치했다. 인터넷 친화적인 최근의 관객에게 더 다가가기 위한 조치들로 읽힌다.

그러나 이를 놓고 평론가들 사이 비판이 비등하고 있다. ‘비엔날레 문법이 사라지고 여느 미술관 기획전과 다를바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비엔날레까지는 작품명과 작가 아래 소속 갤러리를 밝혔지만, 올해부터는 갤러리명이 모두 빠졌다. 이렇게 상업과 명확하게 선긋기에 나섰음에도 비엔날레가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작업보다는 컬렉터의 구미에 맞는 작품이 많아 ‘아트페어와 차이가 더 줄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상업 갤러리 관장의 한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평가는 관객의 몫이다. 하루 약 8만 명, 한 해 2000만 명이 찾는 베니스는 전문적 미술 감상자들 뿐만 아니라 일반관객에게도 활짝 열려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올해 국가관 황금사자상은 리투아니아에 돌아갔다. ‘태양과 바다’를 주제로 전시관에 인공해변을 조성, 기후변화문제를 일종의 공연처럼 풀어냈다.

특별언급상은 벨기에에 돌아갔다. 본전시 참여작가 최고영예인 황금사자상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자파 아서가 받았다. 아서 작가는 거대한 타이어에 체인을 감은 설치작으로 쇠락해가는 미국의 자동차산업과 그에 따라 함께 일자리를 잃거나 고생하고 있는 흑인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역량 있는 젊은 작가를 위한 은사자상은 키프로스 공화국 출신으로 독일을 무대로 활동하는 하리스 에파미논다(39)가 받았다. 본전시의 심사위원 특별언급상 수상자는 멕시코의 테레사 마르골레스(56),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벨기에에서 활동하는 오토봉 엥캉가(45)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