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예술로 멈춰. 흐르다’ 102억 들여 이촌·여의도 한강공원 일대 37점 설치 시장 임기 맞춘 작품 생애주기 최대 3년 내달 25일 일반공개…유지·관리 숙제로
서울시는 지난 11일 한강예술공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촌동과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 예술가의 작품을 설치, 일상에서도 예술을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오는 8월 25일 일괄 설치가 완료, 일반에 공개예정인 이 한강예술공원 프로젝트 ‘한강-예술로 멈춰. 흐르다’의 사업비는 총 102억원이다.
하루 앞선 10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여의도와 용산 개발계획을 밝혔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측은 “2016년 중앙정부와 협력사업으로 시작한 것으로 박시장의 용산ㆍ여의도 개발 청사진과는 실질적으로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두 사업이 연관돼 보이는 건 공교롭기 그지없다.
작품 생애주기를 보면 더욱 그렇다. 37명 작가가 참여, 37점(272피스)의 공공미술품을 선보이지만 작품의 생애주기는 짧게는 1년에서 최대 3년이다. 한강예술공원 사업추진단은 “작품별로 생애주기가 일시적인 것부터 최대 3년까지로 다 다르다. 3년이후 일괄철거하겠다는 의미가 아니고, 작품 상태를 확인해 유지, 철거, 이전, 업데이트의 기준이 되는 기간”이라고 설명했지만 3년 뒤 새로운 시장이 탄생했을 때 이 작품들의 운명은 과연 어찌될까.
물론, 공공미술품이라고 무조건 10년, 20년, 혹은 100년을 내다봐야하는 건 아니다. 단 하루의 설치작이라도 대중에게 감동적일 수 있고, 일부 건축물 미술품처럼 건물이 없어지기 전엔 이동ㆍ철거가 불가능해 오히려 시각 공해로 전락하는 작품도 있다. 그저 시장 재임기간 3년과 작품 생애주기 3년이 너무나 공교로와 입맛이 쓸 뿐이다. 이런저런 예술 사업을 자신의 브랜드화 해 대권가도로 달려가던 정치인의 예를 너무 많이 봐서이리라.
아티스트피 지급 기준도 고민이 더 필요하다. 작품 제작 설치금액의 14~20%를 아티스트 피로 책정했다. 5000만원 미만 작품은 20%, 5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 작품은 19% 등 차등지급한 것이다. 제작 설치금액을 기준으로 하다보니 무겁고, 다루기 힘들고, 비싼 재료를 쓴 작품의 제작비가 더 많이 나가고 자연스레 그런 재료를 사용한 작가가 아티스트피를 많이 받는 구조다. 일부 작가들 사이 “작가가 아니라, 인테리어 업체 같다”는 자조도 나온다. 사업추진단 측은 “서울시 문화국이 지난 2007년 제작한 아티스트피 지급 기준을 준용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예술작품이라고 실 제작비와 상관없이 값을 매겨야 하는 건 아니다. 시민의 세금이나 공공기관의 자금이 들어간다면 더 그렇다. 다만, 제작비를 단일기준으로 내세우는 것에 대한 고민은 필요해보인다.
부디, 올 초 문제가 됐던 데니스 오펜하임의 유작 ‘꽃의 내부’와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길 바란다. 해운대 백사장에 설치됐던 오펜하임의 작품은 관리 미비로 철거됐다가 미술계는 물론 일반 시민의 비난이 쏟아지자 재설치를 결정했다.
수많은 유동인구, 강한 바람, 잦은 침수를 겪는 한강공원의 특성상 대형 설치작업은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관리가 필수적이다.
한강예술공원 사업추진단은 올 9월이면 해단한다. 이후 설치작의 소유권 및 유지 관리는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로 이관된다. 유지 관리 예산을 내년 예산에 편성시키기 위해 준비중이라는게 한강사업본부의 설명이다.
이한빛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