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문화재단에서 기획비를 주고 미술관 기획전 ‘셀피(Selfie)’를 사갔어요~’
필자는 지인과 저녁식사를 하던 중, 참지 못하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미술작품 판매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전시가 거래된다는 말은 난생 처음 듣는데요?’
지인은 신기하다는 듯 몇 번이나 되물었다. 2017년 개최됐던 ‘셀피-나를 찍는 사람들’ 전시는 사비나미술관 경영개선 및 대외인지도 향상에 큰 도움이 되었다.
미술관 개관 이후 최다관람객(2만7000명)을 불러 모은데 이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한 ‘2017 예술경영 컨퍼런스’에서 예술 전 분야를 통틀어 최우수 기획전시로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지자체문화재단에 ‘셀피“전을 파는데 성공했으며, 드디어 오늘 개막식이 열린다. 미술작품이 아닌 전시를 사고 파는 사례는 미술계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지만 공연예술계에서는 흔한 일이다. 매년 차별화된 콘텐츠로 관객동원에 성공한 우수공연예술 작품을 홍보하고 거래하는 마켓이 열린다.
예를 들면 국내 최대 공연예술마켓인 해비치아트페스티벌의 경우, 지역민의 문화갈증을 해소하고자 하는 지자체 담당자들이 공연제작자들을 직접 만나 비즈니스 미팅을 통해 공연을 구매한다. 서울아트마켓(팸스, PAMS)은 공모와 국내외 심사를 통해 선정된 작품들을 전 세계 바이어(buyer)들에게 홍보하고, 해외로 진출할 경우 지원도 한다. 공연예술단체나 1인 예술가는 부스를 차리고 작품을 홍보하거나 협력파트너를 찾는 기회를 갖는다.
미술계도 화랑, 경매회사가 중심인 미술품을 거래하는 시장이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전시를 사고 파는 새로운 형태의 미술시장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먼저 미술전시의 꽃은 기획자인데 현재 전시콘텐츠를 거래하는 시장이 없어 뛰어난 잠재력을 지닌 전시기획자를 발굴, 육성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다음은 전시콘텐츠도 훌륭한데다 많은 예산이 들어간 검증된 기획전은 대부분 서울에서 개최되는데 반해 지역 공,사립미술관, 전국 문예회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모사업인 ‘작은 미술관’은 전시기획자가 없거나 콘텐츠 부족으로 수준 높은 전시를 기대하는 지역민의 관람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시가 거래되면 특정지역 쏠림현상이 완화될 것이다.
미술전시마켓이 활성화되면 전시콘텐츠분야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서울에 편중된 전시기획 편차를 줄여 지역미술문화를 발전시키며, 우수전시콘텐츠를 해외로 수출하는 길이 열리게 된다. 미술전시산업 투자와 시장 활성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전시마켓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매년 주최하는 “미술주간”의 대표적인 연례행사로 자리매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