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중팔구 단독·다세대 거주 금천·동작 등 서남권이 최다 “삶을 바꿔줘야 개선효과 커”
서울시내 저장 강박증으로 인한 ‘쓰레기 집’은 300곳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는 개인주택이며, 집 주인 대부분은 65세 이상 노인으로 조사됐다.
27일 서울 영등포구가 전국 처음으로 펴낸 ‘저장강박가구 개입을 위한 사례관리 지침서’에 따르면, 2016년 7월 기준 거주자의 저장 강박증에 따라 t 단위로 쓰레기가 쌓여있는 집은 모두 312곳이다.
영등포구 40곳, 금천구 32곳, 동작구 28곳 등 서울 서남권에 쏠려있다. 이어 성북구 27곳, 서대문구 22곳, 노원구 21곳, 용산구 19곳이다. 은평구와 마포구는 각각 0곳으로 확인됐다.
특히, 1순위에 오른 영등포구는 자체 조사 결과 지난 4월 기준 문제가 되는 집이 애초 40곳에서 59곳으로 19곳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년도 안 돼 47.5% 급증한 것이다. 이런 증가세로 볼 때, 지금 기준으로 서울시내 ‘쓰레기 집’은 조사 양보다 훨씬 많을 가능성이 높다.
가장 문제가 큰 영등포구를 두고 연령대를 보니 ‘쓰레기 집’ 59곳 가운데 69.4%(41곳)는 집 주인이 외부와 단절된 65세 이상 노인으로 나타났다. 불우한 환경 속 소유욕, 불안감 등이 저장 강박증의 불씨를 당길 때가 많다는 설명이다.
거주 유형을 보면 84.7%(50곳)는 단독ㆍ다세대 주택에 살고, 15.3%(9곳)만 아파트에 거주한다. 아파트는 주민 민원, 관리사무소의 관리 등 통제요인에 따라 발생률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발굴 경로는 가족ㆍ이웃주민 신고 35.5%(21곳), 민간기관 33.8%(20곳), 공공기관 30.5%(18곳) 등이다.
지침서에는 이와 함께 저장 강박증의 구체적인 발생 원인과 접근법도 쓰여있다.
저장 강박증은 우울증, 조현병, 치매ㆍ지적장애, 뇌손상과 같은 신체질환 등 다양한 경로에서 발생할 수 있어 환자의 상황을 파악해야 치료가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쓰레기를 수거해야하는 집의 거주자로 치부하지 않고 상담, 사례 회의 이후 유형 구분, 수거 이후 관리 등 체계적인 접근이 있어야 수거 거부, 재발 등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침서를 쓴 영등포구 희망복지지원단은 “저장 강박증 환자들은 귀중품과 쓰레기를 동급으로 두며, 모든 물건마다 사연을 부여하는 등의 습성도 있다”며 “집을 손 보는 일보다 이들의 삶을 바꾸는 데 집중하면 효과가 더 좋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령화에 따라 저장 강박증 환자도 계속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노인 대상으로 사회 연결망을 공고히 하는 일 또한 ‘쓰레기 집’을 줄이는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원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