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 유명준 기자]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가 마지막 회 시청률 22%를 찍으며 막을 내렸다. 많은 화제를 낳았고, 사이다 같은 발언으로 시원한 느낌을 시청자들에게 줬다. 그러나 드라마 종영 시점에서 돌아본 현실은 그대로였다.‘열혈사제’는 영화 ‘배트맨’의 암울한 도시 고담시를 떠오르게 하는 구담구를 배경으로 한다. 특수부대 출신으로 트라우마를 안고 신부가 된 김해일 신부(김남길)이 주인공으로, 구담구의 온갖 부패에 맞선다. 드라마이기에 언뜻 비현실적인 소재를 다룬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드라마 첫 방송부터 안다. 그 비현실적인 소재와 ‘악인’은 사실 현실이었고, 드라마와 다른 점은 이를 해결하는 ‘영웅’만 없다는 것을 말이다. 구담구 구청장(정영주), 국회의원(한기중), 경찰서장(정인기), 부장검사(김형묵)가 결탁한 카르텔의 중심은 클럽 라이징문이었다. 이를 통해 불법적으로 돈을 벌었고, 그 돈을 탈취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서슴없이 해하고, 또 자신들끼리도 배신한다. 김해일 신부와 욕망 검사 박경선(이하늬), 쫄보 강력반 형사 구대영(김성균), 김해일의 우군인 한성규 신부(전성우)는 이를 분쇄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과정은 때론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비현실적이지만,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카타르시스를 줬다.이제 현실로 돌아와 보자. 지난해부터 불거진 클럽 버닝썬 사태는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국민들이 알고 싶은 것은 버닝썬이 불법을 저질렀을 때 이를 무마해준 ‘권력’이 누구냐이다. 버닝썬 논란이 불거진 이후 유착 의혹 등으로 입건된 경찰은 총 8명이다. 이들 경찰 가운데 명확한 유착이 드러난 경우는 아직 없고, 구속되거나 영장이 청구된 현직 경찰이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없다. 유착 의혹 대상은 날로 늘어가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와 비교해 속칭 ‘정준영 카톡방’을 중심으로 한 연예인들의 조사는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경찰이 카톡방 내용을 조금씩 흘리며 관심을 그쪽으로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올 정도다.‘열혈사제’에서 주연 배우들 말고 눈길을 끄는 이들이 있었다. 드라마 초반 비리 경찰로 나오지만, 결국 사건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선 후, 자신들의 책임을 통감하고 사직서를 제출한 강력반 경찰들이다. 그들의 행동에 우리는 아쉬워하며 이렇게 말한다. “그래 드라마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