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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화면 캡처)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장면이 모여 드라마를 만든다. 인물의 삶을 보여주는 상황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대사도 모두 장면에 담긴다. 이에 작품 속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장면을 포착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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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화면 캡처)

■ 장면 읽기(행사를 마친 뒤 수현을 마주한 진혁이 잠시 머뭇거린다)진혁: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수현: 뭘 고민해요. ‘님 좀 멋있는 듯’ 그럼 되지진혁: 그런데 기자도 많았어요. 대표님 앞으로...수현: (진혁의 말을 끊고) 진혁씨 왜 내 걱정만 해요. 난 진혁씨를 더 곤란하게 한 걸까봐 그게 좀 마음에 걸려요진혁: 우린 서로 상대방 걱정이네. 난 또 대표님이 얼마나 시달릴까 그게 더 맘에 걸리는데수현: 난 있잖아요. 내가 누군지 애매하게 살았어요. 차종현의 딸, 태경그룹의 이혼한 며느리, 동화호텔 대표. (잠시 쉬고) 오늘부터 1일이야. 태경그룹에 팔려간 차수현도 아니고 호텔에 목숨 거는 차수현도 아니고 좋아하는 사람, 이유 없이 욕먹게 하는 차수현도 아니야. 오늘 처음으로 속이 시원해요. 한방 날린 것 같아. (미소 짓는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오늘의 장면작품 제목: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방송 일자: 2018년 12월 19일(7회)상황 설명: 최 이사(박성근)의 계략으로 차수현(송혜교)은 김진혁(박보검)과 무슨 사이냐는 곤란한 질문을 받게 된다. 이에 차수현은 “썸 타는 사이”라고 답한다. 그렇게 폭풍 같던 행사가 끝난 뒤 차수현은 자신을 다그치는 모친에게 “이제 나도 내 인생을 살까 해”라며 단호한 입장을 밝힌다. 그러고는 김진혁에 온전한 자신으로서 정식 교제를 하자며 고백했다.

■ 그래, 이 장면김진혁을 만나기 전까지 차수현은 꼭두각시 같은 존재였다. 태경그룹의 전(前) 며느리지만 ‘태경의 사람’으로서 살아야 했다. 심지어 어머니마저도 차수현에게 ‘시키는 대로 하자’는 식의 종용을 한다.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만 보내던 차수현이 쿠바에서 우연히 김진혁을 만났다. 차수현은 쿠바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대로 시간을 쓰는 자유를 느껴봤다.다만 차수현이 쿠바에 있을 때 완전히 마음이 편한 상태는 아니었다. 자유를 만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불안에 자꾸 멈칫거리고 조심스러워했다. 이런 태도는 한국으로 돌아와 김진혁을 다시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진혁은 저돌적으로 달려간 데 반해 차수현은 자신의 마음을 애써 부인했다. 자신도 모르게 좋아하는 티가 나더라도 혼자만 그 마음을 간직할 뿐 적극적으로 내보이지는 않았다.그래서 이날의 이 장면은 차수현에게 있어 ‘탄생’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차수현의 속내에는 꽤 오래 전부터 자신을 압박하는 것들을 모두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자리했다. 하지만 그럴 용기는 부족했다. 혼자 견뎌내기에는 특수한 자신의 환경이 너무 혹독하다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로부터 시간이 흐른 지금은 다르다. 방송 초반 차수현은 “난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라며 벗어날 수 없는 한탄만 주로 내뱉었다. 지금의 차수현은 직접 본인의 벽을 부수고 헤쳐 나가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런 차수현의 곁에는 자신을 묵묵히 기다려준 김진혁이 있었다. 한결같은 그의 믿음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을 굳힌 차수현은 온전한 자신으로 다시 태어났다. 물론, 두 사람의 앞날에는 벌써부터 큰 시련들이 아른거린다. 하지만 차수현이 정면돌파 하기로 마음먹은 이 시점, 그가 선택한 가치가 빛남은 변함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