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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헌의 골통일기] (64) 성취

자빠져 땅에 엎어지면 더럽게 아프다. 그런데 자빠져 땅에 고꾸라지니, 안 보이던 것이 엄청 많이 보였다. 길바닥의 이름 모를 꽃에서부터 자그마한 일개미까지…. 그 모든 풍경들조차 삶을 살아내는 소중한 힘의 원천이 되었다.

- 강우현의 <상상망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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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취


치면 치는 대로 페어웨이와 그린을 따박따박 다니는 사람이 골프장을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안다 한들 골프장을 설계할 수가 있겠습니까? 슬라이스도 훅도 모르고 그저 똑바로 날리고 다닌 골퍼가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가르칠 수야 있을지라도 배우는 사람의 어려움과 고통을 공감하는 좋은 선생님이 되기야 하겠습니까! 지금 우리를 괴롭히는 그 어떤 실수와 좌절도 모이고 쌓여서 거름이 되면 뭔가를 이뤄내는 자양분이 될 터인데 지금 이 순간의 고통을 견디기는 너무 힘이 듭니다. 다 그렇습니다.

세상에는 세 가지 인간이 있습니다. 수없이 시도하고 좌절하고 또 일어서는 인간과 몇 번 시도해 보다가 안 되면 포기하는 인간과 지레 겁을 먹고 애당초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인간.

슬라이스에 의한 OB! 더럽게 아픕니다. 그렇지만 지금의 슬라이스가 걱정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몇 번이나 빈 스윙을 하고 몇 개나 공을 쳤다고 골프에다가 짜증을 내는 것이 걱정스럽고, 요령을 좀 터득하면 절대 슬라이스가 안 날 것이라는 철없는 환상이 더 염려스럽고, 그러다 골프의 본질에는 다가서 보지도 못하고 걷어치울까 심히 염려가 됩니다. 삶에 있어서의 성취란 끝없이 이어지는 실패와 좌절 속에서 ‘우연처럼 찾아온 성과’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골프도 예외가 아닙니다.

* 조금 긴 저자 소개: 글쓴이 김헌은 대학 때 학생운동을 했다. 사업가로도 성공해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그러다 40대 중반 쫄딱 망했다. 2005년부터 골프에 뛰어들어, ‘독학골프의 대부’로 불릴 정도로 신개념 골프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골프천재가 된 홍대리’ 등 다수의 골프 관련 베스트셀러를 냈고, 2007년 개교한 마음골프학교는 지금까지 4,4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등 화제를 낳고 있다. 칼럼니스트와 강사로 제법 인기가 있다. 호남대학교 교수를 역임했고, 마음골프 티업 부사장 등을 맡고 있다. 팟캐스트 <골프허니>와, 같은 이름의 네이버카페도 운영 중이다. 골프는 마음을 다스리는 운동이고, 행복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지금도 노상 좋은 골프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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