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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교실, 그 자리네”…딥페이크 피해 고교 교사, 직접 범인 잡았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인천에서 '딥페이크' 음란물과 불법 촬영으로 피해를 입은 교사들이 직접 피의자인 학생을 찾아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의 미온적인 대응에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한 교사들이 나서서 증거 수집을 한 성과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인천 남동경찰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고등학생인 10대 A군을 수사 중이다.

A군은 지난달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딥페이크 기술로 고등학교 여교사 등의 얼굴을 나체 사진에 합성하거나 이들을 불법 촬영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 교사 2명은 지난달 23일 자신들과 관련한 불법 촬영물이 SNS상에 떠돌고 있다는 사실을 지인에게서 듣고 각자 주거지 담당 경찰서를 찾아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남동경찰서는 당시 사건 접수창구에서 "엑스(X·옛 트위터)의 공조가 필요한데 회신 오는 경우가 드물고 수개월 이상 걸릴 수 있다"며 사건 대응에 난색을 표했고, 계양경찰서는 진정서를 접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이후 피해자들이 다시 확인했을 땐 사건 접수 기록이 없었다.

이들 교사는 수사가 늦어지면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해 직접 증거 수집에 나섰다.

당시 SNS에 유포된 사진 중 7장은 칠판이나 교탁 등 교실로 추정되는 배경이 동일했는데, 이를 본 교사들은 특정 교실에서 촬영된 사진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이후 사진 구도를 일일이 분석해 모든 사진을 한자리에서 촬영할 수 있는 좌석을 찾아내 추적 범위를 좁힌 끝에 A군을 피의자로 지목하게 됐다.

피해 교사 중 1명은 "사진 배경이 엉성하게 지워진 탓에 교실과 피의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며 "A4 용지 13장짜리 보고서를 수사관에게 직접 제출하고 나서야 정식 수사가 시작됐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이어 디지털 성범죄의 수사상 한계 등으로 많은 피해자들이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피해자 지원 방안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경찰은 A군이 텔레그램 등을 통해 성범죄물을 공유한 것으로 보고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교사 2명 외에 일반인과 학생들을 합성·촬영한 사진도 유포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며 "불법성 여부를 함께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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