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프랑스는 지지 “스톰섀도우 미사일 사용해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러시아가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우크라아니 영토의 거의 절반을 공격한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미국 등 동맹국들로부터 받은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은 확전을 우려해 반대하는 반면 영국과 프랑스는 허용해야 한다고 말해 동맹국들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군은 최장 300㎞ 바깥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서방제 장사정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올해 초 제공한 육군전술유도탄체계(에이태킴스·ATACMS)가 대표적이다. 영국과 프랑스도 양국이 공동 개발한 공대지 순항 미사일 스톰섀도우(프랑스명 SCALP-EG)를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에 지원해 왔다. 하지만 방어 목적 외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지 못하도록 했다.
독일의 타우르스 미사일 역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로 사용하길 원하는 무기로 손꼽히지만, 독일에선 해당 미사일 지원 결정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타우르스 미사일의 사거리는 최대 500km로 스톰 섀도우 미사일의 두 배에 달하며, 더 강력한 탄두를 가지고 있다.
볼리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장거리 타격용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깊이 타격할 수 있도록 사용 제한을 풀어줄 것을 서방국에 요청했다.
육군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에이태큼스). [로이터] |
우크라이나군은 최대 사거리 1000km의 드론을 이용해 러시아 비행장, 무기 매장, 연료 저장소, 방공 단지를 타격해왔다. 하지만 미사일이 드론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타격이 가능하고, 요격될 가능성도 낮다.
또 우크라이나는 F-16 전투기를 이용해 러시아의 목표물을 폭격하는 데 사용할 권리를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미사일과 유도 공중 폭탄으로부터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고, 러시아 군대의 이동을 막고 주요 전선에 대한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 국경을 넘어 깊숙이 타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러시아의 공군 기지와 지휘 통제 등의 타격을 의미한다고 FT는 짚었다.
그럼에도 미국과 독일은 자국에서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이 러시아를 상대로 실제 사용될 경우 확전으로 번질 수 있기에 우크라이나군의 사용을 거부해오고 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에 정밀 미사일, 탱크 및 F-16 전투기를 보내지 않는 이유로 러시아를 자극시킬 수 있을 위험성을 거듭 제기했다.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5일 전쟁 격화를 우려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영토를 해방하는 데 장거리 무기는 필요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독일의 타우르스 미사일. [AP] |
미국, 독일과 달리 영국과 프랑스는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하는 것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영국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부의 목표물을 향해 스톰섀도우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미국에 주장해왔으며, 영국 정부가 올여름 초 미국과 프랑스에 이 같은 내용의 요청서를 보냈다고 FT가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 5월 기자회견에서 자국이 제공한 미사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내 군사목표에 반격하는 걸 허용한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로 미사일을 쏜 곳,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러시아 군사기지를 무력화할 수 있게 우크라이나에 허락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프랑스가 지원한 스칼프 미사일이 러시아 영토 내의 민간 시설이나 군사시설이라도 우크라이나 공격과 아무 관계 없는 곳을 공격하는 데 쓰여서는 안 된다고 단서를 달았다.
스톰섀도우 미사일. [AFP] |
다만 향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하는 것이 허용될 가능성은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영국과 프랑스가 미국보다 먼저 우크라이나에 탱크와 순항미사일을 지원했고, 미국 역시 향후 입장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BBC 방송은 16일 소식통을 인용해 영국이 제공한 챌린저2 전차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급습 작전에 사용됐다고 전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우크라이나 국경 일대에 미국 무기를 이용해 러시아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한 바 있다. 지난 5월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3명의 미국 정부 관료 및 이 문제에 정통한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공한 무기를 하르키우 근처의 러시아 영토 내부 공격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가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하르키우를 방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 역시 러시아의 연일 대규모 공습에 우크라이나를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을 긴급 논의하기로 한 상황이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27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지금 당장 (추가적인) 방공체계가 필요하다”며 오는 29일 회의에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EU 회원국들과 논의하겠다고 예고했다. 보렐 고위대표는 “모든 (무기)역량의 사용제한을 해제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자위력을 강화하고 생명을 보호하며 우크라이나 내 파괴를 줄일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했다.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