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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립선암부터 폐암까지...연세암병원 ‘꿈의 암 치료’ 확대
폐암 치료에 회전형 중입자치료기 이용
암세포 정밀타격, 효과 높이고 기간 단축
6000만~7000만원 달하는 높은 비용 관건
하반기엔 두경부암으로 적용 암종 확대
김경환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가 중입자치료 시작 전 환자를 살피고 있다. [연세암병원 제공]
김경환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가 호흡 동조치료를 위해 환자의 호흡 패턴을 확인하고 있다. 호흡 동조란 환자의 호흡에 맞춰 탄소입자를 조사하는 것을 뜻한다. [연세암병원 제공]

전립선암으로 시작했던 중입자치료가 폐암 환자까지 확대됐다. 방사선치료 중 하나인 중입자치료는 암세포를 정밀 타격해 치료 효과는 높이고, 기간은 단축시키며 부작용은 줄이는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린다.

높은 비용은 관건이다. 중입자치료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환자가 부담해야 할 치료비가 상당하다. 치료 횟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최소 췌장암 6000만원, 간·폐암 7000만원 등 수준이다. 향후 치료 범위나 대상 등이 늘어나고 환자 수요도 급증하면,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급여화가 필요한 대목이다.

연세암병원은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중입자치료를 시작했다고 26일 밝혔다. 첫 환자는 폐암 초기 진단을 받은 김모(65) 씨로, 일주일 동안 총 4회의 중입자치료를 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폐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다. 폐에는 아픔을 느끼는 신경이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폐 전체에 암이 퍼진 4기에 최초 진단을 받았다. 이때에는 폐 조직 사이로 암세포 전이가 쉽고, 중증이 많다. 폐암으로 진단된 환자 중 상당수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 간질성 폐질환 등 기저질환을 동반한다. 폐 기능 자체가 떨어져 있어 수술을 못 하는 경우도 흔하다.

폐암 중입자치료에는 ‘회전형 중입자치료기’가 이용된다. 연세암병원에는 전립선암을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고정형 중입자치료기 1대와 이외 암종을 치료하는 회전형 중입자치료기 2대가 있다. 회전형 중입자치료기는 치료기가 360도 회전하면서 암 발생 위치 등을 고려해 환자 맞춤 치료가 가능하다.

연세암병원은 20년 이상 중입자치료를 시행 중인 일본의 데이터를 활용해 “중입자치료를 통한 폐암 환자의 치료 성적이 좋을 뿐만 아니라 기존 방사선치료 대비 부작용 발생률도 적다”고 공개했다.

실제로 중입자치료 관련 다수의 임상데이터를 보유한 일본 방사선의학 종합연구소(QST)가 주요 의학학술지에 발표한 보고에 따르면 중입자치료의 3㎝ 이하 초기 종양 3년 국소제어율은 95% 이상이고, 더 큰 종양 국소제어율도 80~90%에 달했다. 국소제어율은 치료 받은 부위에서 암이 재발하지 않는 확률을 나타내는 지표다. 또 방사선치료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히는 ‘방사선폐렴’의 발생률도 중입자치료에서는 3% 이하에 불과했다. 기존 방사선치료에 비해 최대 20% 낮은 수치다.

수술이 어려운 간질성 폐질환을 동반한 폐암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도 중입자치료의 장점이다. 중입자치료는 정상 장기를 피해 암세포에서만 방사선을 조사하기 때문에 폐를 보호할 수 있다.

일본 군마대 자료에 따르면 방사선폐렴 발생률도 7.6%에 그쳤는데, 같은 간질성 폐질환을 앓는 환자에게 기존 방사선치료를 적용했을 때(30%)와 대비된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전립선암 중입자치료를 시작한 연세암병원은 이달 초 췌장암과 간암 3기 환자에 이어 폐암, 하반기에는 두경부암까지 치료 암종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비급여 치료인 탓에 환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 부담은 큰 편이다. 연세암병원에 따르면 ▷전립선암(치료 횟수·12회) 5000만~5500만원 ▷간암 7000만~7500만원(치료 횟수·4~12회) ▷췌장암 6000만~6500만원 ▷폐암 7000만~7500만원 등으로, 국제 평균에 비해 1000만~2500만원 가량 저렴하지만, 무시 못 할 수준이다.

김경환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국내 처음으로 폐암 환자에 중입자치료를 진행하면서 환자 상태에 따른 최적의 치료 계획을 세웠다”며 “추후 면역항암제 공고 요법 등 환자 치료 성적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프로토콜을 개발하고, 치료 대상 환자를 계속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우 기자

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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