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 운영위원인 류기정 경총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 운영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업종별 구분적용을 두고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노동계는 앞서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최저임금 구분적용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보고서를 근거로 사용자를 압박했고, 경영계는 수천명 소상공인들이 국회 앞에 모여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맞받았다.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법정 심의기한이 불과 이틀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노사 양측은 아직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최초 요구안조차 내놓지 못한 상황이다.
최저임금위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5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전원회의는 지난 13일 제4차 전원회의 이후 약 2주만에 처음 열렸다. 이 기간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은 업종별 구분적용을 위한 현장조사 등을 진행했다. 업종별 구분적용 여부가 결정돼야 노사 양측이 최초 요구안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도 양측은 팽팽하게 맞섰다. 특히 입법조사처가 내놓은 보고서가 이날 양측의 공방의 촉매가 됐다. 앞서 입법조사처는 지난 21일 최저임금 취지 훼손, 근거 부족, 선진국 사례 없음을 이유로 최저임금 구분적용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도 아무리 조항 있더라도 업종별 지불능력차이 밝힐 명확한 구조, 사용자 법 준수 의식 차이, 기업 규모 등 다양한 원인 존재해 현질적으로 차별적용 어렵다고 밝혔다”면서 “차등적용 시행된다면 차별 업종 선정된 업종은 취업 기피로 인력난 심화, 낙인 효과로 사양사업 가속화, 각종 행정통계 분란 초래 등 실보다 득이,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매우 우려된다”고 업종별 구분적용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혔다.
다만 최저임금법은 물론 헌법에서도 최저임금의 차등적용이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최저임금법 제4조제1항는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어, 최저임금제도가 첫 시행된 지난 1988년에는 업종별 구분적용이 실제 적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1988년 이후에는 단 한번도 적용된 바 없다. 헌법재판소도 지난 1999년 9월 16일 “헌법상 평등권 및 차별금지의 원칙 등에서 보더라도 최저임금이 모든 사람에게 반드시 동일해야만 한다고 이해되진 않는다”며 적용 여부의 구분은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입법조사처는 앞선 보고서를 통해 “차등적용이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고 현행 최저임금보다 하회하는 금액을 설정하는 것이 곧바로 허용된다고 보기는 힘든 측면도 있다”며 “현재 최저임금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는 이유가 단지 업종별 지불능력 차이에 있다고만 설명하기에는 명화학 근거가 없고, 사용자의 법준수 의식의 차이, 기업의 규모 등도 그 차이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적어도 ‘더 낮은’ 최저임금이 가능하기 위해선 최저임금이 모든 사업을 기준으로 봐 ‘최저’기준을 상회한다는 전제가 성립돼야 하고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근로자위원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이날 입법조사처 보고서를 인용해 “조사처도 경영계 일각 주장처럼 노동생산성, 지불능력 등 이유로 최임 낮추는 방향은 제도 취지 반하는 거라고 지적했다”면서 “독일은 산별노조 통한 초기업 교섭이 우리나라보다 발달돼 있어 교섭력 강한 노조 중심으로 법정 최임보다 높은 업종별 임금 정한다. 지역별 최임 적용하는 일본의 경우도 사용자가 법정 최임과 지역 최임 중 더 높은 걸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최임위가 발행한 주요국 최임 보고서에도 상세히 명시돼 있다”며 “결국 상향식 차등적용”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용자위원은 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대해 “과거엔 조사처에서 지역·업종별 구분적용을 해야한다고 강조한 적도 있다”고 반박했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특히 “오늘 국회앞에서 최정미금 동결하고 구분적용 시행하라는 수천명 소상공인 결의대회 있었다”면서 “하루하루 수입이 소중한 분들이 하루 매출 포기한 채 모인 이유는 자명하다. 누적된 고율 인상과 일률적 적용로 인해 현 인건비 수준조차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저임금이 적정수준의 상한이라는 중위임금 60% 빠르게 넘은 상황에서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모두 어렵지만, 특히 미만율이 30%가 넘는 숙박음식점업 등 일부 업종과 소규모 사업장은 현 수준 최임 감당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 역시 “한국신용데이터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상공인 평균 매출액은 4317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 하락, 평균 영업이익은 915만원으로 23.1% 감소했다”고 말했다. 또 노동계가 입법조사처 보고서를 인용한 것을 의식한 듯 “입법조사처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근로자 100만원 벌 EO 소상공인 장영업자 72만3000원을 번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려운 경영 여건에 있다보니 취약 사용자 집단의 폐업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 노란우산공제금에 따르면 올해 지급액은 5월 현재 전년 동기 대비 18.5%, 지급건수는 7.8% 증가했고, 중소기업 소상공인 향후 경기 전망도 하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저임금위는 올해도 법정 기한(27일)을 넘길 전망이다. 다만 법정 심의기한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는 아닌 만큼 최임위는 그동안 심의기한을 수차례 넘겨왔다. 현재까지 법정 심의기한 내에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은 9번뿐이다. 지난해에는 심의기한을 20일이나 넘겨 최저임금안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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