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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관광으로 먹고 산다”…관광 수입, 반도체 수출액 넘어
관광산업, 7.2조엔, 반도체·철강 수출액보다 높아
지난 4일 일본 도쿄 시부야 역에서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엔저 현상으로 일본을 찾는 외국인이 늘면서 관광이 일본 경제의 기둥 산업으로 부상했다. 관광 수입이 반도체 등 전자제품 수출액을 뛰어 넘으면서 일본의 수출 품목이 상품에서 서비스로 전환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5일 분석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올해 1~3월 일본 관광객 소비는 연 환산으로 7조2000억엔(약 62조5000억원)을 기록해 10년 만에 5배 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17조2000억엔으로 수출액 1위인 자동차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2위인 반도체 등 전자제품(5조5000억엔)이나 3위인 철강(4조5000억엔)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사카이 사이스케 미즈호 리서치&테크놀로지스 연구원은 “2010년 이후 기업이 제조 거점을 해외로 옮기면서 반도체 등의 국제 경쟁력이 저하됐다”며 “엔저에도 제조업이 성장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광국가와 비교해도 일본의 성장은 두드러진다. 일본 정부의 관광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주요 국가의 인바운드(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관광객) 소비를 비교한 결과 일본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일본의 인바운드 소비는 38% 증가했다. 스페인이 30.7%, 이탈리아가 16.5%로 뒤를 이었다. 반면 미국은 4.3% 감소했다.

1인당 소비 단가도 2019년과 비교해 지난해 31% 증가했으며, 평균 숙박일도 6.2박에서 6.9박으로 길어졌다.

돈을 많이 쓰는 ‘큰 손 관광객’도 주목할 점이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소비액이 100만엔(약 868만원)이상인 관광객은 전체 관광객 중 1%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쓴 액수는 약 6700억엔(약 5조 8200억원)으로 전체 소비 액수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닛케이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본 여행은 도쿄와 오사카 등 주요 도시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일본 정부는 도시뿐만 아니라 지방 여행객이 늘어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급증한 관광객 수요를 숙박, 항공 등이 따라잡지 못해 지속가능한 관광산업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닛케이는 “숙박업 등에서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며 “최근 일부 공항에서는 외국 항공사의 증편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일도 생겼다”고 전했다.

다만 관광이 일본의 기둥 산업이 되면서 전염병과 같은 특정 이슈가 발생했을 때 경제가 더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닛케이는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전염병 확대나 일본 주변의 유사 상황 등으로 일본 관광객 수가 감소하면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이라며 “일본 관광객이 일본 경제를 뒷받침하는 동안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성장산업의 육성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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