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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애남매'이진주 PD "용우가 울때 성인남성 아닌 홈비디오속 열몇살 소년이 울고 있는 모습"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JTBC X 웨이브(Wavve) 예능 ‘연애남매’(연출 이진주)는 요즘 싱가포르로 떠난 남매들의 또 다른 로맨스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에서의 ‘썸’을 뒤로 하고 새롭게 맞이하게 된 감정의 파도라는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견고할 것만 같은 용우VS초아 라인도 여행의 시작부터 미묘한 엇갈림을 마주하고 있다. 관계가 좀 더 디테일하고 미세하게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상태에서 12회에서는 제작진이 지금까지 데이트를 해본 적 없는 상대와 데이트를 진행시킨다. 다음회 예고편은 항상 '낚시' 성격이 있어 속으면 안되지만 용우-윤하의 데이트가 쌍방대만족이었음을 알 수 있다.

"(윤하와의 데이트는)완벽했던 것 같다. 그냥 너무 좋았다. 누나(윤하)를 이 때 만나려고 안 만났나 싶다."(용우)

"시간이 좀 더 있으면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나!"(용우와 데이트한 윤하)

이는 용우-초아 기존 라인뿐만 아니라 윤하-윤재 라인 등 공개커플로 가던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연애남매'를 기획하고 연출한 이진주 PD를 만나 인터뷰했다.

"연프를 연출하다 보니, 인생을 완벽하게 보증해줄수 있는 사람과 페어로 나오게 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봤다. 서로를 더욱더 잘 설명해줄 수 있는 관계가 남매다. 전(前) 연인보다 상대를 더 잘 보증해준다. 여기서 잘되면 진짜 잘될 수 있겠다. 보증수표이니까. 우정과 사랑이 깊게 나올 수 있다."

'연애남매'의 기획의도는 여느 연프와는 좀 달랐다. 출연진이 강릉으로 여행갔을때 이들 부모를 서래마을 남매하우스에 초청했는데, 이 분들이 "잘되면 우리가 사돈 될 사이 아닌가요"라고 말했다.

"부모들도 즐거워하시더라. 인터뷰 할때 재형 부모가 어떻게 만났는지 물어보니 스스럼없이 말해주더라. 부모들이 애들이 어떻게 사는지도 궁금해할 것 같아 모셨다. 윤재-지원의 엄마가 몸이 안좋아 제작진이 춘천으로 찾아갔다. 윤재 어머니는 열정이 대단하신 분이다. 큰 고기집을 해서 자식 둘을 유학 보낸 게 아니라, 유학을 보내려고 가게를 열었는데, 수완이 좋으니 가게가 잘된 거다. 반찬도 많이 하고."

이진주 PD는 해외로 간 데 대해 "이제 반환점을 돌아 후반에서 종반으로 넘어가고 있다. 국내 여행에 이어 해외에 한번 더 가, 거기서 좀 더 자세하게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국내에서는 우리 남매가 어떤 남매라는 점을 보여줬다면 싱가포르에서는 오빠(누나)로 봄으로써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후반의 관전포인트는 가장 편한 상대가 바로 옆에 있어 가장 솔직한 모습이 나온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가장 솔직한 말을 인터뷰에서 했다. 우리 제작진이 편한 상대였다. 여기서는 가장 편한 사람이 이 안에 있어, 서로 작전을 짜기도 하고, 조언해 주기도 하고, 팩트폭력을 하기도 한다. 그런 게 재미다."

이진주 PD는 "'연애남매'의 매력이, 서로 친구 같은데 갑자기 스파크가 튈 수 있고, 한 커플이 탄생하면 4명이 엮이는 거다. 그런 게 재미있는 관계도다. 모 아니면 도다. 여기서 커플이 되면 많은 걸 시사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이진주 PD의 예능 작법을 조금 볼 필요가 있다. 그는 tvN 시절 참가한 프로그램인 '꽃보다~'와 '윤스테이'를 여행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그냥 리얼리티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들이 뭔가를 했고 나는 기록한다. 프로그램 장르를 생각하지 않았다. '환승연애'와 '연애남매'도 연애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고, 리얼리티로 접근한다. 연애라서 흥미가 있는 게 아니라, 리얼리티가 흥미롭다. 비연예인들을 데리고 할 수 있는 것, 가장 적합한 것이 연애이다 보니 '연프'가 탄생한 거다. '연애남매'도 연애 프로냐, 가족 프로냐, 라고들 하시는데, 여기에 나오는 모든 얘기를 담을 거다. 장르를 생각하고 한 게 아니고, 이런 소재를 선택했을 때 나올 수 있는 거를 생각한 거다. 앞으로도 선택하는 소재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것이다. 특정 장르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고, 프로그램을 만든다. 연역 보다는 귀납적으로 만들었다. 장르를 생각하기 보다 앞으로도 소재 발굴에 집중할 거다."

'연애남매'는 앞부분에 남매들이 어릴 때 모습이 담긴 홈비디오 영상들이 방송되는데, 이 부분도 '연애남매'의 특징과 차별점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진주 PD는 "'응답하라~' 같은 느낌이다. 남매 오프닝 영상은 1990년부터 시작해 2000년까지 담았다. 그리고 2023년도에 모여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주 PD는 인물에 대한 관심도 디테일하다. 인물마다 선택한 매력과 궁금증 같은 것들이 다 있다.

"재형은 건강이 안좋았던 시절도 있었다고 하는데도, 공인회계사 시험을 보는 단단함 같은 게 느껴졌다. 인터뷰 때는 차갑다고 했지만, 본성 차체는 따뜻하다는 반전이 있다. 외모도 아이돌처럼 곱고 귀엽다. 동생인 세승의 진로에 관심이 많다. 세승도 오빠의 의견을 받아들인다. 부모도 이를 뿌듯해하더라. 자신이 간 길이 괜찮으면 동생에게 추천해주고."

이 PD는 출연자들의 관계가 달라진 것은 의도된 게 아니라, 자세히 보다 보니, 다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각각의 남매 관계에서 디테일이 나오면서 차별점이 보여지는 것이라고 한다.

"출연자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출연자보다 나이가 많기는 하지만 부모님의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음을 알게됐다. 우리 나이대가 부모님이 아플 때다. 윤재-지원의 어머니가 몸이 안좋아 인터뷰를 하러 춘천에 가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지은은 속이 깊은 딸이다."

"롱코트가 잘 어울리는 용우가 지원과 대부도 데이트를 갈 때는 음악도 깔았다. 용우는 엄마와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잘 느껴지고 홈비디오속 모습과도 겹쳐보였다. 성인이 되고 진로를 따라 스스로 부단히 노력하는, 신중하고 강인한 사람이지만 뭔가 안에는 연약한 면이 있는 사람이다.

용우는 사람들이 있을 때에는 아재개그도 하고 분위기메이커 역할도 하면서 맹한 모습도 보여준다. 강인하면서도 뭔가 발견해가는 과정이다. 친구에게도 그런 얘기를 안한다. 여기서 그런 것들이 건드려지니까, 울게 되더라. 울어도 멋있다. 저희 제작진도 눈물이 났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성인 남성이 아니라 홈비디오속 열몇살 소년이 울고 있는 모습 같았다."

초아가 이런 용우에 대한 마음이 커져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절제하듯 서로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강릉 여행길에 초아와 함께 가게 된 정섭은 초아에게 솔직하고 진지하게 열심히 표현한다. 마치 프로그램 룰에 맞춰 열심히 수행하는 식이다. 이런 내용들은 정해진 방향을 향해 가는 게 아니라,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하나의 팩트를 이룬다. 이진주 PD의 인물 관찰기는 이어진다.

"용우 동생인 주연은 나이가 가장 어리지만 성숙하다. 그 나이대에 맞는 저돌적인 면도 있다. 요즘 세대를 대표한다는 느낌도 든다. 용기 있고,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안다. 그러면서도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초아는 절제하면서도, 자기감정을 잘 들여다볼 줄 안다.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도 깊다. 초아는 동생 앞에서 다른 모습이다. 경상도 사투리가 확 나오는데, 그게 귀엽다. 서울에 올라와 직장에서는 사투리를 쓰지 않는데, 둘만 남겨지면 전혀 다른 말투와 귀여움이 나온다."

"지원은 오빠인 윤재를 잘 챙긴다. 서로를 츤데레처럼 챙긴다. 윤재는 지원에게 대충 하는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윤재는 연애도 많이 안했고, 여기에 나올지도 몰랐다. (방송용이 아니지만) 솔직한 모습 그대로다. 지원-윤재 남매는 연애 프로그램에서 보지 못한 인물이라 신선하고, 매력적이다. 윤재는 다른 남자 출연자들과 좀 다르다. 남매가 타지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청소년기에 함께 보냈다는 건 엄청난 추억과 기억을 만든 거다."

이진주 PD는 '연애남매'가 최종 선택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에서와는 사뭇 달라진 기류로 애정 전선에 변화를 맞이한 이들의 로맨스 추이를 보면서도,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서 사람들의 찐 모습을 잘 봐달라고 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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