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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인의 나라’ 호주가 포도나무 수백만그루 뽑아내는 이유 [세모금]
호주 저장 와인만 올림픽 수영장 860개 규모
와인 소비량 60년만에 최저치 기록 전망
와인병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전세계적으로 와인 소비량이 감소하면서 세계 5위 와인 생산국인 호주에서 공급 과잉이 지속되자 수백만그루의 포도나무가 폐기처분되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 등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전 세계 와인 소비 감소로 인해 호주의 대표 수출 상품인 레드 와인에 대한 수요가 급감함에에 따라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며 “호주는 지난해 기준 2년치 생산량인 20억리터를 저장하고 있다. 이는 올림픽 수영장 86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유주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와인 저장량을 처분하고 나서면서 방치된 와인이 썩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주산 와인의 약 3분의 2는 그리피스 같은 내륙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이 지역에서만 약 110만그루의 포도나무가 뽑혀 나갔다.

와인 수요가 줄면서 원재료인 포도 가격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주류 업체 단체인 와인오스트레일리아에 따르면 그리피스에서 포도 가격은 지난해 t당 평균 304호주달러(약 26만원)로 2020년 659호주달러(약 57만원)에 비해 절반 이상 하락했고 수십 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호주 현재 매체는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리버랜드의 경우 포도 생산 비용은 t당 300달러 정도인데 포도주 양조장에 팔리는 가격은 t당 120달러”라고 설명했다.

호주 그리피스의 농부 단체 리버리나 와인그레이프 그로스의 제레미 카스 대표는 “시장 균형을 맞추고 가격을 올리기 위해선 그리피스 전체 포도나무의 4분의 1은 뽑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1만2000헥타르에 걸쳐 2000만그루 이상의 나무들이 뽑는 것으로, 호주 전체 면적의 약 8%를 차지하는 규모다.

다른 지역의 와인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호주 서부의 한 와인 제조업체 관계자는 “호주의 포도나무 절반을 제거해도 과잉 공급 현상을 해결하는데 역부족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KPMG 와인 분석가 팀 메이블슨 역시 전국적으로 2만헥타르의 나무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호주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와인 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침체기를 걷는 상황이다.

지난해 국제와인기구(OIV)의 지속되는 인플레이션과 소비자들이 음주 습관 변화 등으로 지난 2017년 대비 지난 2022년의 와인 소비량은 약 6% 감소했고, 이는 19억개의 와인을 마시지 않은 수준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나아가 지난해 전 세계 와인 생산량은 전년 대비 약 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난 6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역시 와인 판매량이 감소하는 추세다. 미국 주류통제협회(NABCA)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대비 와인 생산량은 113만9ℓ로 11.4% 줄었고, 와인 가치는 1억2433만달러(약 1600억원)로 13.2% 감소했다. 영국의 와인앤스피릿무역협회(WSTA)는 지난해 크리스마스까지 12주 동안 와인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7.1% 감소했다 밝힌 바 있다.

[헤럴드경제DB]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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