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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반’은 초월의 개념 아닌 경험의 대상이었다
불교는 깊이와 너비를 가늠키 어려운 거대한 강이다. 그리고 2500년의 흐름 속에서 세월만큼 혼탁이 생긴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데이비드 J. 칼루파하나의 ‘붓다는 무엇을 말했나’(한길사)는 강물을 거슬러 불교철학의 시원에 이르고자 하는 탐구의 산물이다. 팔리 ‘니카야’를 비롯한 근본경전을 분석해 초기불교의 밑그림을 복원하겠다는 게 저자의 포부인 셈이다.

그에 따르면 붓다의 가르침은 훗날 추종자와 반대자에 의해 굴절이 일어났으며 역사적 과정에서 비(非)불교적인 요소가 섞이기도 했다.

이로 인한 오해의 대상 중 하나가 ‘고(苦)’다. 흔히 ‘괴롭다’로 번역되는 팔리어 두카(dukkha)의 본뜻은 ‘불만족스럽다’이다. 이와 같은 핵심 교의에 대한 오해로 불교는 염세적이란 편견의 굴레를 쓰기도 했다.

또 환상과 신비의 베일에 덮인 개념은 열반이다. 붓다가 획득한 최고 형태의 명상, 즉 열반은 수행자가 겪는 ‘지각과 느낌이 그친 상태’이며 이는 초월과 절대가 아닌 분명한 경험의 대상이다. 이에 붓다는 사후상태를 현존하는 지식으로 밝힐 수 없기에 죽음 뒤 획득하는 열반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요컨대 “초기경전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육체 없는 정신의 이론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붓다 사후 불교를 지배한 흐름은 열반이 초월의 실재를 상징한다고 해석하는 형이상학이었고, 훗날 붓다가 대답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 답하려는 시도가 되레 혼란을 끼친 셈이다. 이밖에도 대승과 소승의 위상과 선불교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 등 역사적 맥락을 분석해 불교의 점진적 변화와 철학적 업적을 추적했단 점에서 의미 깊고 주목할 만하다.

아울러 이미 두 차례 출간된 해적판의 오역을 바로잡고 꼼꼼한 주석을 붙이는 등 매끄러운 번역과 편집이 눈에 띈다. 원제는 ‘불교철학(Buddhist Philosophy)’이다.

김기훈 기자/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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