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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해인 수녀 새 시집 ‘작은 기도’...유언 같은 산문 담아
쉽고 편안한 시어로 작고 소박한 것들에 대한 사랑과 위로의 시를 써온 이해인 수녀가 시집 ‘작은 기도’(열림원)를 펴냈다. 그간 틈틈이 써두고 발표를 미룬 신작 시 50여편과 1999년에 초판을 냈던 시집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에서 몇편을 더해 꾸몄다.

3년전 직장암 판정을 받은 이후 힘겨운 투병생활과 평소 각별하게 지내온 이들, 김수환 추기경과 소설가 박완서, 김점선 화가를 먼저 떠나 보낸 슬픔을 안고도 세상을 향한 따뜻한 마음과 눈을 거두지 않은 시인의 순정과 기도가 이번 시집에 오롯이 담겼다.

특히 이번 시집은 이해인 수녀의 유언과도 같은 신작 산문 한편이 실려 눈길을 끈다.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마주하며 삶을 잘 마무리하고픈 마음의 발로에서 나온 글이다. 이해인 수녀는 여러 사람을 저 세상으로 보내고 나서 이것 저것 물건 정리를 해보고 가상 유언장도 적어보며 상상속의 죽음으로 이별연습도 해봤다고 고백했다. 그래도 어떤 모습으로 삶이 마무리될 지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라며, 그래도 행복하게 살았듯 행복하게 떠나고 싶다는 바램을 비쳤다.

죽기 전에 수도자로서의 어떤 바람이 있다면, ‘세상 사는 동안 그래도 사랑의 심부름을 잘 하였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도 했다. 또 ‘일생동안 사랑하고 사랑받아 행복했습니다. 부족한 저를 많이 참아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지인과 수도공동체에 말하리라는 마음을 털어놨다.

작가로서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은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를 꼭 한 편 정도 쓰고 싶다는 것. 독자들에게 일일이 감사의 편지를 쓰진 못하더라도 두고두고 선물이 될 수 있는 한 편의 멋진 시를 쓸 수 있기를 기대해보기도 한다고 했다.

“꼭 글이나 그림으로 작품을 남기진 못하더라도 나의 삶이 한 편의 시가 되고 그림이 될 수 있도록 순간순간을 더 성실하고 겸손하게, 더 단순하고 투명하게 내 남은 날들을 채우고 싶다.”며, 이해인 수녀는 어느날의 죽음을 시편에 마음을 담아 정리했다.
“‘천년도 당신 눈에는 지나간 어제 같고 한 토막 밤과도 비슷하나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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